[기자수첩] 다녀올게, 다녀왔어

이태희 기자 2023. 3.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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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관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을 봤다.

'문(門)'을 주제로 한 영화인데, 최대한 내용 유출 없이 설명하자면 주인공 일행이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지진 재해를 막기 위해 문을 닫아가는 내용이다.

영화감독은 문을 주제로 한 이유로 문을 일상의 상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재해와 문, 돌아오지 못한 일상의 단절 문득 현대아울렛 대전점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화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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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2팀 이태희 기자

최근 영화관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을 봤다. '문(門)'을 주제로 한 영화인데, 최대한 내용 유출 없이 설명하자면 주인공 일행이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지진 재해를 막기 위해 문을 닫아가는 내용이다.

영화감독은 문을 주제로 한 이유로 문을 일상의 상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감독은 매일 아침 문을 열며 "다녀올게"라고 떠나 "다녀왔어"라고 돌아오는 게 일상이며, 다녀온다고 했으나 돌아오지 못한 것이 일상의 단절이라고 표현했다.

감독의 표현을 보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재해와 문, 돌아오지 못한 일상의 단절… 문득 현대아울렛 대전점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화재가 떠올랐다.

현대아울렛 화재 당시에는 수습기자라는 딱지를 뗀 지 한 달쯤 됐을 때였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다녀올게"라는 말을 하고 집에서 나온 날, 현대아울렛에서 불이 났으니 빠르게 현장으로 가라는 지시를 받았다. 현장은 참혹했다. 매캐한 연기가 비수가 돼 목을 찔렀다. 그날, 현대아울렛에서 근무하던 직원 7명이 "다녀왔어"라는 말을 못 한 채 세상을 떠났다.

현대아울렛 화재가 발생하고 167일 뒤, 약 3㎞ 거리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천만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러나 자칫 수많은 직원들이 집으로 다시 돌아가 "다녀왔어"라고 말하지 못 할 뻔했다. 뿐만아니라 화마는 인근 상인과 주민, 소방관들에게 아픈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 여느 때처럼, 평소처럼, 일상처럼 지내던 나날이 사실상 단절이 됐다.

영화의 재해와 이번 사고들의 재해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영화는 자연의 재해를 표현했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는 명백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다. 대전시와 자치구에서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철저한 점검과 선제적인 예방책을 마련했다면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화마는 우리의 일상을 언제, 어디서나 위협한다. 하지만 화마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고통스러운 상처를 다시는 겪지 않을 수 있다. 위기 대응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통해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모두가 "다녀왔어"라고 무사히 집에 돌아가는 날이 다가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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