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멋진 선수들에게 축복을! 2023 한국인 빅리거 미리보기 [시즌 프리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전에 메이저리그가 찾아온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31일 15개 구장에서 동시에 시즌에 돌입한다.
이번 시즌에도 한국인 선수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지난 시즌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김하성은 팀의 주전 2루수로 시즌을 맞이한다.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이적한 최지만은 새로운 팀에서 시즌을 시작하며 팀 동료 배지환도 빅리그 안착을 목표로 달린다.
지난해 6월 토미 존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후반기 목표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계약 만기를 앞두고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루와 유격수가 모두 소화 가능한 트레이 터너, 외야수 애런 저지 등 다른 정상급 FA들에게도 관심을 보였지만, 하필 데려온 타자는 지금까지 유격수만 소화한 보가츠였다. 자연스럽게 2루수로 밀려났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며 ‘가을야구의 단맛’을 알게된 샌디에이고는 공격적인 전력 보강을 진행했다. 장기 계약자들로 꽉찬 팀이됐다. 내년 계약이 만료되는 김하성의 계약이 검소해보일 정도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지난해 일은 이미 지난 일이다. 샌디에이고는 당장 이기는 것을 원하는 팀이고, 선수들에게 끊임없는 경쟁을 요구할 것이다.
위로는 장기 계약자들이 버티고 있고, 밑으로는 잭슨 메릴을 비롯한 유망주들이 치고 올라올 것이다. 가장 괴로운 ‘낀 세대’다. 물론 타티스가 예상치 못한 행동들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스스로 걷어찬 것에서 볼 수 있듯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는 법’이지만, 경쟁은 불가피해보인다. 트레이드로 자유로워질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 얘기다. 결국 트레이드도 잘할 때 돼야 좋은 것이다.
김하성도 이를 잘 알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우리 팀은 잘하는 선수를 그라운드에 내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결국은 내가 잘해야 주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수비는 인정받았다. 이제 타격에서 더 분발할 차례다. 지난 시즌 OPS+ 107로 73에 그쳤던 2021시즌에 비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보면 이제 리그 평균 수준에 도달했을뿐이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더 굵고, 더 길게 가기 위해서는 결국 타격이 뒷받침돼야한다. 특히 우완 상대 성적(0.243/0.304/0.377)이 더 좋아질 필요가 있다. 플래툰의 벽에 갇힐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팀 합류로 자리를 비운 시간이 많았지만, 10경기에서 30타석을 소화했다. 13경기에서 36타석 소화한 지난 시즌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WBC까지 치르고왔으니 대회 준비에 지장은 없을 것이다.
도쿄에서의 실패는 그에게 또 다른 자극이 됐을 수도 있다. 그는 WBC를 마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겪은 아픔들이 더욱 더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이번 대회가 발판이 돼서 더 성장할 거라 믿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 그를 가로막는 것은 단 하나, 부상이다. 최근 2년간 최지만은 부상과 싸움을 벌였다. 2021시즌에는 무릎을 시작으로 계속되는 하체 부상에 시달리며 83경기 출전에 그쳤다. 2022시즌에는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경우는 없었지만 오른팔꿈치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전반기(0.278/0.385/0.449)와 완전히 다른 후반기(0.164/0.272/0.293)를 보낸 가장 큰 원인이었다.
결국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오른팔꿈치 통증의 원인이었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로 꿈에 그리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도 포기해야했다. 그는 “실망감과 좌절감이 매우 크다”는 말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아쉬움은 이제 시즌에서 털어야할 것이다. 이번 시즌은 그에게 중요한 해다.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는다.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최근 2년간 부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것을 생각하면, 이번 시즌은 활약이 절실하다.
시범경기에서는 13경기에서 39타석 소화했다. 지난 2019년 52타석 소화한 이후 가장 많은 타석이었다. 팔꿈치 수술 여파로 속도가 약간 늦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긍정적인 신호다. 그만큼 건강하게 캠프를 보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건강을 시즌 내내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지난 시즌 전반기 보여준 것처럼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2루 베이스 기준 양 쪽으로 두 명의 내야수를 두게한 ‘시프트 금지’ 조항은 좌타자인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피츠버그에게 1루수는 지난해 아픈 구석이었다. 무려 아홉 명의 선수를 기용했으나 누구도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피츠버그 1루수들의 OPS는 0.601로 내셔널리그 최하위였다.
이번 시즌에는 카를로스 산타나와 함께 1루와 지명타자 자리를 나눠 맡을 예정. 산타나가 개막일 기준 만 36세의 고령인만큼 최지만이 1루 수비를 더 자주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1루 포지션을 위협할 또 다른 선수로는 유틸리티 선수인 코너 조가 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이번 시범경기 타율 0.326 2홈런 11타점으로 백업 외야수 경쟁에서 승리한 캐난 스미스-은지그바는 추후 이 성장 추세를 이어갈 경우 좌타자로서 최지만의 입지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메이저리그는 이번 시즌 경기 속도 증강을 위해 투구 준비 시간을 제한하는 피치 클락을 도입하며 견제 횟수도 제한했다. 한 타석당 2회로 제한되며 그 이후에 던질 때는 아웃을 잡아내지 못하면 보크가 선언된다. 배지환과 같은 발이 빠른 타자들의 주가가 높아졌다.
배지환은 여기에 2루수와 중견수 자리에서 좋은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가산점을 얻었다. 시즌중에도 이 두 위치에서 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2루에서 로돌프 카스트로와 2루 자리를 나눠맡으며 중견수로도 나서는 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데릭 쉘튼 감독은 “카스트로와 배지환 모두 2루에서 경기를 할 것이다. 정확히 어떻게 나눌지는 아직 논의해보지 않았다. 일부는 매치업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배지환이 외야로 나가는 경우도 잇을 것”이라며 두 선수 모두 2루에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개막 로스터에 합류한 것이 다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 자칫 백업 겸 대주자 요원으로 맴돌다 제대로 기회를 얻지도 못하고 경기 감각만 상실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츠버그는 수년간의 리빌딩 과정으로 두터운 유망주 선수층을 확보한 팀이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들은 미련없이 판을 접어버릴 것이다.
재능은 인정받았다. 필요한 것은 꾸준한 기회다. 꾸준히 기회만 주어진다면, 빅리그 연착륙도 어렵지않을 것이다.
앞으로 쉽지않은 길이 그앞에 놓여 있다. 다른 선수들의 사례를 보면 그렇다. 토미 존 수술은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수술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 시즌 도중 복귀하는 선수들의 경우 고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류현진은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15년 어깨 수술 이후 다음해 복귀를 노렸으나 뜻대로 되지않았다. 2017년 한 시즌을 온전히 소비해가며 예전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고 2018, 2019년이 돼서야 다시 위력적인 투수가 될 수 있었다.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구단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만한 충분한 계약이 남아 있었다면 이번에는 2023시즌 이후 토론토와 계약이 만료된다는 점이다. 시즌이 끝난 뒤 물음표를 안은 가운데 FA 시장에 내던져질 가능성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때보다 더 나이가 들었고, 더군다나 이번에는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이다. 쉽지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마운드로 돌아오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23시즌 류현진은 어디서든 공을 던질 것이다. 그것이 더니든이 될지, 버팔로가 될지, 아니면 토론토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토론토에게 그는 ‘와일드 카드’다. 이들은 이미 2023시즌 ‘류현진이 없다’는 전제를 깔고 선발진 구성을 마쳤다. 그러나 긴 시즌을 이들로만 치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복귀만 한다면, 기회의 문은 열릴 것이다. 그는 그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밝게 빛난 투수중 한 명인 그의 복귀를 향한 여정 그 자체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샌디에이고(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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