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개막] ②이승엽 vs 박진만 맞수 열전…서튼 vs 수베로 벼랑 끝 대결
서튼 롯데 감독과 수베로 한화 감독, 두 외국인 사령탑 계약 마지막 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25일과 26일 잠실야구장 오른쪽 외야로 '피신'했다.
3루 쪽 더그아웃에 짐을 푼 삼성 선수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였다.
아직도 삼성 팬들에게는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국민 타자 이승엽'의 모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에서 받은 큰 사랑은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삼성 팬들께는 어떤 방법으로라도 보답하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두산을 먼저 생각할 때다. 나는 두산 승리를 위해 뛸 것"이라며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주목받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삼성 지휘봉을 잡은 '국민 유격수' 박진만 감독도 "나는 두산전을 특별하게 의식하지 않고, 승리만 생각할 것"이라며 "이승엽 감독과 나의 맞대결이 아닌, 삼성과 두산의 경기"라고 말했다.
2023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1976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이승엽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둘은 "팬들께서 우리 둘의 대결을 재밌게 보시고, 그 경기가 KBO리그 흥행 카드가 된다면 영광일 것"이라며 기꺼이 KBO 흥행을 위해 소비되겠다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다운 넓은 시야도 드러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령탑 모두 이승엽·박진만 감독처럼 "주인공은 선수들"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4월 1일 개막하는 2023 KBO리그에서는 선수들만큼이나 감독 대결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초보 사령탑으로 출발하는 '국민 타자'와 '국민 유격수'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린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다.
KBO리그에서만 467홈런을 치고,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해 한일 통산 626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KBO 통산 홈런 1위이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박진만 감독 역시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대형 유격수'였다.
박진만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1996∼2004년), 삼성(2005∼2010년), SK 와이번스(2011∼2015·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하며 '국민 유격수'라는 애칭을 얻었다.
현역 시절 박진만 감독은 5차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승엽 감독과 박진만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및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등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이제 둘은 사령탑으로 팀의 발전과 KBO리그 흥행을 책임진다.
이승엽 감독의 짙은 '라이온즈의 색'이 두산과 삼성의 맞대결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두 감독은 이런 운명을 받아들였다.
이승엽 감독은 "나와 박진만 감독 등 젊은 사령탑이 힘을 모아 돌아선 프로야구 팬들의 발길을 조금이나마 돌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진만 감독도 "예전에 이승엽 감독과 함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한국 야구 인기가 올라가는 걸 확인했다. 다시 한국에 '야구 붐'이 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 이승엽 감독과 나의 의무"라고 화답했다.
KBO리그 부흥이라는 공통의 목표도 있지만, 이승엽 감독은 '두산 왕조의 부활', 박진만 감독은 '삼성 명가 재건'이라는 다른 꿈도 꾼다.
시범경기에서는 '피신'이 가능했지만, 4월 25∼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두산-삼성전에서는 이승엽 감독과 박진만 감독 모두 쏟아지는 팬들의 관심을 온전히 견뎌내야 한다.
삼성의 홈 라이온즈파크에 새겨진 '이승엽 벽화'를 배경으로 이승엽 '두산' 감독이 서 있는 장면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중요한 사료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력 보강은 했는데…서튼 롯데 감독과 수베로 한화 감독의 벼랑 끝 대결
한국프로야구의 '유이'한 외국인 사령탑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2023시즌 뒤 계약이 만료된다.
롯데는 2021년 5월 11일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하고 서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롯데는 2021년과 2022년 모두 8위에 그쳤다.
수베로 감독이 이끈 2년 동안 한화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롯데는 2023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포수 유강남, 내야수 노진혁, 투수 한현희를 영입했다.
한화도 검증된 중장거리포 채은성, 투수 이태양, 내야수 오선진, 외야수 이명기와 연거푸 계약하며 스토브리그를 주도했다.
롯데와 한화가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하면서 두 사령탑은 '진짜 실력'을 보여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다른 사령탑들도 주목할만한 사연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우승을 일궈내지 못한 염경엽 감독은 LG 트윈스 사령탑으로 새 출발 한다.
염 감독이 첫 우승을 지휘하면 1994년 이후 멈춰 있는 LG의 우승 시계도 다시 돌아간다.
여러 차례 감독 하마평에 올랐던 강인권 NC 다이노스 감독은 '감독 대행'을 거쳐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준비된 지도자'라고 평가받던 강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펼칠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종료일까지 1위를 지키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구고 현역 사령탑 최고 대우인 3년 22억원에 재계약한 김원형 SSG 감독은 2연패를 노린다.
한국시리즈에서 SSG에 패했지만 재신임(3년 14억원)을 받은 홍원기 키움 감독은 구단 첫 우승을 목표로 다시 뛴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강철 kt wiz 감독은 소속팀으로 돌아와 2021년 이후 2년 만의 KBO리그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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