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개막] ①추락한 한국 야구, 각종 악재에 42번째 시즌 무거운 첫걸음
'난세의 영웅' 과연 탄생할까…거물 감독 열전·FA 이적생·새내기 볼거리는 풍성
[※ 편집자 주 = 한국프로야구 KBO리그가 4월 1일 42번째 시즌의 막을 올립니다. 연합뉴스는 감독 열전, 비시즌 유니폼을 갈아입은 자유계약선수(FA) 대이동과 데뷔를 앞둔 새 외국인 선수, 달라지는 규정, 전문가 전망 등 프로야구 개막 특집 기사 다섯 꼭지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만물이 생동하는 활력의 계절인 봄에 걸맞지 않게 암울한 분위기에서 프로야구 42번째 시즌이 막을 올린다.
2023 KBO리그는 4월 1일 오후 2시 LG 트윈스-kt wiz(수원케이티위즈파크), 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서울 잠실구장),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한화 이글스-키움 히어로즈(서울 고척스카이돔), KIA 타이거즈-SSG 랜더스(인천 SSG랜더스필드)의 대진으로 팀당 144경기 대장정의 첫발을 뗀다.
모처럼 등장한 거물급 감독 간의 맞수 대결, 자유계약선수(FA)의 대이동 등으로 올해 프로야구는 스토브리그부터 큰 기대를 끌었다.
그러나 개막을 코앞에 두고 쓰나미처럼 몰려든 악재에 야구 관계자들은 할 말을 잃었고, 팬들의 실망감과 분노 지수는 더욱 상승했다.
기필코 4강에 진출해 한국 야구의 부활을 알리겠다던 야구대표팀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졸전 끝에 호주에 지고 일본에 참패한 끝에 3회 연속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WBC의 환희를 KBO리그로 이어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은 산산조각 났다.
그보다도 세계 야구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걷잡을 수 없이 퇴보한 한국 야구의 현주소에 쓴소리가 이어졌다.
겉만 번지르르한 껍질을 걷어내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 야구계 전체가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분출했다.
WBC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23일에는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 혐의로 KBO리그에서 사실상 퇴출당해 야구계는 설상가상의 나락에 빠져들었다.
프로 10개 구단 감독과 선수가 한자리에 모여 4년 만에 팬들과 함께 프로야구 개막을 알리는 장인 미디어데이 행사를 하루 앞둔 29일에는 장정석 KIA 단장이 박동원과 FA 협상 중 뒷돈을 요구했다는 파문을 일으키고 해임됐다.
'나쁜 건 절대 하나만 오지 않는다'는 말마따나 절대 생기지 말아야 할 소식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바닥에 떨어진 국제 경쟁력과 공인의 품위를 망각한 일부 인사들의 일탈행위로 정말 보잘것없이 초라해진 현실에도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팬들의 신뢰를 다시 얻고자 출발선에 무거운 마음으로 선다.
올해 가장 달라지는 사항은 잦은 이동으로 선수들의 불만을 산 2연전이 폐지된 점이다. 홈과 원정에서 72경기씩 치르던 일정도 바뀐다.
이에 따라 SSG, kt, 롯데, 두산, 한화 등 5개 구단이 올해 홈 73경기·원정 71경기를 치른다. 내년에는 키움, LG, KIA, NC, 삼성이 홈에서 두 경기를 더 개최한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과 '국민 유격수' 박진만 삼성 감독의 라이벌전은 명가인 두 팀의 부활과 연동해 팬들의 흥미를 끌어모을 일전으로 평가받는다.
프로 선수로서, 영원한 국가대표로서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이끈 이 감독과 박 감독의 지략 대결은 아련한 추억과 기대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양의지(두산), 유강남(롯데), 박동원(LG), 박세혁(NC) 등 포수들의 열전과 김서현(한화), 윤영철(KIA), 김민석(롯데) 등 새내기들의 투지도 볼거리다.
전력상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LG가 1994년 이래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한을 풀지, 지난해 정상 등극 직전에서 주저앉은 키움이 첫 우승의 역사를 쓸지도 관심사다.
타격 5관왕으로 지난해 부자(父子) 최우수선수(MVP)의 신기원을 연 이정후(키움)가 우승이라는 염원을 이루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향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3년 내리 최하위에 머문 한화가 시범경기 1위의 기세를 정규리그에 이어갈 수 있느냐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두산이 2015∼201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이래 2017년부터 작년까지 6년간 해마다 새로운 우승팀이 탄생했다.
특히 2019년부터는 4년 내리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석권하는 통합 챔피언이 축배를 들었다. 아래에서 올라가는 팀이 역전 우승을 이루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도 정규리그는 쉬지 않고 이어진다.
다만, 아시안게임이라는 단기전에서 집중력과 체력을 소진한 선수들이 소속팀에 복귀해서도 기량을 변함 없이 보여줄지는 알 수 없어 '항저우 변수'가 시즌 막판 한해 농사를 좌우할 수도 있다.
올해 올스타전은 16년 만에 부산을 찾아 7월 15일 사직구장에서 성대한 무대를 꾸민다.
신설되는 KBO 수비상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은 수비 잘하는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흥행 요소에도 시작도 전에 거푸 얻어맞은 악재 '핵펀치'에 쉽게 정신을 차리긴 어렵다.
나락에 빠진 한국 야구를 구원할 난세의 영웅은 등장할까. 과연 희망의 신호탄을 터뜨릴 주인공은 누굴까.
스타트 블록을 힘차게 밀어내며 튀어 나갈 10개 구단 선수들의 행보를 팬들은 냉철하면서 주의 깊은 눈빛으로 바라본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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