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녹취까지…박동원 '내부고발' 낙인도 무릅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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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3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그래서 박동원의 내부고발을 과하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장 총장은 "제2, 3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발본색원해서 야구계가 정화돼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며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힐 위험을 무릅쓴 박동원의 용기를 높이 사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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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제2, 3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좁디좁은 야구판에서 '내부고발'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박동원(33, LG 트윈스)은 그런데도 본인이 노출되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손을 잡고 행동으로 옮겼다. 박동원은 장정석 전 KIA 타이거즈 단장과 구단 프런트와 선수, 감독과 선수로 히어로즈 시절부터 10년 넘게 인연을 쌓은 사이지만, 잘못은 바로잡아야 했다.
KIA는 29일 박동원에게 금품을 요구한 장 전 단장을 해임했다. 장 전 단장은 지난해 박동원과 다년 연장 계약을 시도했을 때, 그리고 지난 시즌 뒤 FA 계약을 추진했을 때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원은 처음 요구를 받았을 때는 넘겼지만, 요구가 반복되자 녹취까지 하며 증거를 남겼고 선수협과 상의 끝에 KIA 구단에 고발하기로 결심했다. 박동원과 선수협은 KIA에 녹취록을 전달했고, KIA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장 전 단장에게 사실을 확인한 뒤 빠르게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을 결정했다.
장 전 단장은 KIA 구단에 해명하는 과정에서 '좋은 계약을 해보자'는 취지의 농담을 건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짜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위의 말이었고, 일회성에 그쳤다면 선수가 녹취까지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KIA는 징계 사실을 알리면서 "사실관계를 떠나 어떤 이유에서라도 소속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박동원의 고발을 도운 장동철 선수협 사무총장 역시 "장 전 단장이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KIA에서도 해임을 결정한 것도 농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년 시즌 도중에 장 전 단장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시즌이 끝나고도 또 했다. 처음에 끝났다면, 녹취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박동원이 그냥 넘겼으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박동원은 장 전 단장의 금품 요구가 걸림돌이 됐는지 어쨌든 KIA의 다년 연장 계약과 FA 계약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그리고 LG와 4년 65억원에 FA 계약을 하고 KIA를 떠났다. 새로운 곳에서 다 잊고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박동원의 내부고발을 과하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야구계에 워낙 시끄럽기 때문. 한국 야구대표팀이 이달 초에 열린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에 그치면서 또 한번 위기론이 불거졌고, 지난 23일에는 전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가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다음 달 KBO리그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박동원까지 보탤 필요가 있냐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동원과 선수협은 야구계가 뒤숭숭해도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장 총장은 "제2, 3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힘든 상황이지만, 발본색원해서 야구계가 정화돼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며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힐 위험을 무릅쓴 박동원의 용기를 높이 사주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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