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티아고 - 운탄고도를 가다] 6. 가파른 오르막 없어도 광부들 고단함 느껴지는 길

유주현 입력 2023. 3. 30. 05:00 수정 2023. 3. 3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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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 속 남편 무사안전 기원 도롱이연못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최초 개발 1177 갱
그 시절 광부 가족 절박함 가득 삶의 터전
우리나라 가장 높은 곳 조성 하이원 하늘길
화절령~함백산소공원 15.7㎞ 5시간 소요
▲ 운탄고도 5길

4길이 과거와 미래의 만남의 길이라면 5길은 광부와 광부가족들의 애틋한 사랑의 길이다. 특히 이 길은 한국 산업 근대화에 크게 이바지한 산업전사들의 삶이 그대로 노정돼 있다. 구름이 펼쳐진 고원길도, 석탄을 실어 나르던 높은 길도 모두 석탄을 실은 트럭이 운행을 멈춘 후에 얻은 이름이다. 운탄고도는 이름만 들으면 꽤 낭만적이지만 석탄을 캐던 그 시절은 절박함이 가득했던 삶의 터전이었다.

 

▲ 도롱이연못 전경

■ 운탄고도 5길= 광부와 광부 아내의 높고 애틋한 사랑의 길

4길의 종착지점이자 5길의 시작인 화절령(花折嶺)은 사북에서 영월군 상동으로 통하는 험한 준령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진달래꽃이 만발해 절경을 이루던 곳으로, 봄에는 여인네들이 각처에서 모여들어 진달래꽃을 꺾었다고 해 ‘꽃꺼끼재’라고도 부른다. 5길은 석탄산업이 활황을 누리던 시절에 만들어진 도로다. 사북읍과 고한읍은 지금은 폐광지역이지만 당시 대한민국의 석탄산업을 주도하던 지역이었다. 지역이 넓지 않아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에 땅이 부족, 산비탈에 판잣집이나 다름없는 집들이 지어졌다.

옛날 탄광촌 시절에는 이웃집과 합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아야만 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했다. 그러나 광부가족들의 교육열은 그 어느 곳보다 높았다. 대부분 아이들을 대도시로 유학보냈다고 한다. 폐광이후 강원랜드와 하이원리조트, 하이원스키장 등이 들어섰다. 화절령 근처 도롱이 연못에 얽힌 이야기는 마음을 짠하게 한다. 광부를 남편으로 둔 아내들의 애타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게 도롱이 연못이라면 뒤이어 마주치게 되는 1177갱은 동원탄좌의 광부들이 막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광부의 아내들은 남편의 안위를 걱정하며 도롱뇽을 발견하면 무사고의 표시로 알고 기뻐했다고 한다.


“우리 아빠 굴속에서 나올 때쯤 되면/우리 엄마 앉았다 일어섰다/ 가만있지를 못합니다/…/해 저물어 저만큼 캄캄한 굴속에서/ 새까만 얼굴의 광부 아저씨들이 나오면/…/ 우리 엄마 나를 꼭 껴안고 길게 한숨을 쉽니다”

(화절령에 조성된 김남주 시인의 ‘검은 눈물’ 시)

 

이 곳에는 하이원리조트가 만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원 트레킹 코스인 하늘길도 조성돼 있다. 도롱이연못을 조금지나면 민영탄광으로 최대생산량을 기록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개발한 최초의 갱도인 1177갱도가 있다. 고한 사북지역 탄광개발의 시발점이 된 의미있는 갱도다. 이 갱이 개발되면서 화절령 주변에 약 10곳의 군소탄광이 생겨났고, 채탄된 석탄은 트럭으로 인근 함백역으로 운송됐다. 이때 만들어진 길이 지금의 운탄고도다. 당시 탄광을 개발하면서 나온 침출수를 정화시켜주는 시설도 존재한다.

함백산소공원 만항재로 이동하는 길은 평온하다. 가파른 오르막이나 험한 바윗길은 없다. 점점 정암풍력발전단지가 위치한 만항재로 접어들수록 풍력발전기의 위용이 과히 장관을 이루고 있다. 고한읍 일원 해발 1400m 고지대에 위치한 풍력발전단지는 2.3㎽급 풍력발전기 14기로 총 32.2㎽의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운탄고도 5길의 종착지점인 함백산소공원이 지척임을 미리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운탄고도 5길은 화절령에서 출발, 도롱이연못~1177갱~운탄고도쉼터~하이원CC갈림길~약수터~만항재~함백산소공원까지 15.70㎞ 구간으로, 소요시간만 5시간15분이다. 

▲ 1177갱 입구

■ 5길 주변의 명소들

△ 도롱이 연못

1970년대 탄광갱도가 지반침하로 인해 생긴 생태연못이다. 이곳에는 도롱뇽이 서식하고 있다. 화절령 일대에서 살고 있던 광부의 아내들은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기 위해 연못에 살고 있던 도롱뇽에게 오고 가며 기도를 했다고 한다. 일찍 위험을 감지한 도롱뇽이 사라지면 연못의 물이 얼마 후 땅속으로 들어갈 테고, 그러면 갱도가 다시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광부의 아내들은 생각했다. 그 기도들이 모이고 모여 도롱이 연못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 연못은 고라니, 산토끼, 멧돼지 등 야생동물들의 샘터이고 특히 봄철에는 도롱뇽이 알을 낳는 곳이기도 하다. 연못 주변의 낙엽송 숲에서 피어나는 야생화들은 그 시절 광부의 아내들을 닮아 수수하기 이를 데 없다.

△ 하늘길

하이원리조트 일대에 조성되어 있는 트레킹 코스다.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원 길이다. 196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가장 큰 동력이자 일상생활의 필수품과도 같은 석탄을 캐내 기차역까지 실어 나르던 운반도로와 백운산 주변의 산책로를 다시 잘 탐사해 나이든 어른과 아이들도 함께 걷기 좋게 정비한 길이다. 해발 1200m 고원에 위치한 천혜의 자연 생태환경과 이제는 잊혀가는 옛 탄광의 자취를 느린 걸음 속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하이원 하늘길은 봄부터 가을까지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350종의 야생화가 능선의 트레킹 코스를 따라 군락지어 피어나는 천상의 야생화 화원으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반긴다.

△ 1177갱 입구

1177갱은 민영탄광으로 최대생산량을 기록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개발한 최초의 갱도로 고한 사북지역 탄광개발의 시발점이 된 의미있는 갱도이다. 이 갱이 개발되면서 화절령 주변에 약 10여곳의 군소탄광이 생겨났으며 채탄된 석탄은 트럭으로 인근 함백역까지 운송됐다. 이때 만들어진 길이 지금의 운탄고도다. 2015년 12월 강원랜드에서는 이 길이 많은 이들에게 소중한 체험교육장으로 활용되길 기대하며 산림청의 협조를 얻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이 갱의 일부를 원형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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