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누가 답해주나”… 네이버 지식인 할아버지 별세
‘아버지 재산이 이 정도면 아버지 잘 만난 건가요?’
‘아버지는 잘 만나고 잘 못 만나고가 없습니다. 그냥 주어진 운명일 뿐입니다’
네이버 문답(問答) 서비스 ‘지식iN(인)’에서 이런 식의 짧지만 위트와 연륜이 담긴 답변으로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줬던 녹야(綠野) 조광현(88)옹이 27일 오후 10시쯤 숙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울대 치대를 졸업했다. 네이버 활동명이자 호(號) ‘녹야’는 고향 김포 평야를 보고 직접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33년간 개인 치과를 운영하다 당뇨로 병원 문을 닫았다. 소일거리를 찾던 그에게 사위가 컴퓨터 한 대를 사준 것을 계기로 네이버 지식인을 접하게 됐다. 네이버가 지식인 서비스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고인은 답변을 작성해 왔다.
전문 분야인 치의학부터 생활 상식과 일상의 고민까지 모두 그의 답변 대상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은 한 달 용돈이 얼마나 될까요?’라는 질문에는 ‘그런 생각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꾸 살기가 힘들어지고 싫어집니다’라고 답하는 식이었다.
답변은 보통 한 줄을 넘기지 않았다. 돋보기를 두 개 겹쳐 모니터를 훑은 뒤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한 자 한 자 답변을 달았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네티즌들은 고인을 ‘지식인 할아버지’ ‘국민 궁금증 해결사’로 불렀다. 십여 년간 5만2000건 넘는 답글을 달았으며, ‘질문자 만족도’를 뜻하는 ‘답변 채택률’은 70%를 최종 기록했다. 네이버는 고인에게 지식인 등급 19개 가운데 둘째로 높은 ‘수호신’ 등급을 부여했다.
큰손녀 조윤영씨는 본지 통화에서 “할아버지의 지식인 등급이 한 단계씩 오를 때마다 온 가족이 함께 기뻐했고, PC와 스마트폰도 정기적으로 교체해 드려 왔다”고 말했다.
고인은 1985년 제7회 치과의료문화상, 1994년 제2회 서울치과의사회 공로대상, 2008년 네이버 파워지식IN상을 받았다. 발인은 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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