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바닥쳤나, 급락했던 강남서 1억원 반등 거래

월세 가격 급등, 전세대출 금리 안정되자… 수요 살아난다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 탓에 폭락하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로 월세 가격이 급등한 반면, 치솟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안정되면서 다시 전세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셋값 하락폭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올해 초 입주 물량이 쏟아져 전셋값이 급락했던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에선 전셋값이 반등한 거래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중 금리가 안정세를 찾은 만큼, 임차인들은 전세 대출 이자와 월세 비용을 꼼꼼히 비교한 뒤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세가 월세 다시 추월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는 1만2673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2만2482건)의 56.4%를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전세 비율은 지난해 8월 60.4%에 달했지만, 전세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임차인들이 대거 월세로 몰렸다. 이 때문에 전세 비중은 작년 12월 49.1%까지 떨어지고, 사상 처음으로 월세 거래가 전세 거래를 추월했다. 그러나 최근 전세 거래가 다시 활발해지며, 3월(29일 기준) 전세 비중은 63.6%로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셋값이 급락했던 서울 강남권 등 실수요자 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은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는 올 1월 전세가 8억3000만~8억5000만원에 체결됐는데, 지난 27일에는 9억5000만~9억7000만원에 전세가 거래됐다. 강남구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역시 지난달부터 입주가 시작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영향으로 지난달까지 전용 84㎡ 전세 가격이 9억4000만~10억원으로 떨어졌다가, 지난 13일에는 11억5000만원으로 반등했다.

이렇게 전세 수요가 살아나는 것은 대체재인 월세가 상대적으로 더 비싸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의 전세 대출 금리가 최고 연 7%대(변동형 기준)까지 치솟으면서 월세를 내는 것이 전세 대출 이자를 내는 것보다 유리해졌다. 반면 최근 전셋값 하락률은 갈수록 축소되면서, “내릴 만큼 내렸다”는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1월 초만 해도 주간 아파트 전셋값 하락률은 1% 안팎을 기록했는데, 지난주(20일 기준)에는 -0.41%까지 낙폭이 축소됐다.

◇전·월세 유불리 잘 따져야

전세 가격이 거의 바닥에 가까워지고 전세 대출 금리가 내리면서, 예비 세입자들은 계약 체결 이전에 전·월세 금액을 꼼꼼히 비교해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03%로, 2020년 7월(4.04%)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를 월세로 돌릴 경우 월세를 얼마나 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준이 된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을수록 월세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전세 대출 금리(6개월 변동)는 연 3.75~5.208%로, 금리 하단 기준으로 보면 전월세 전환율보다 낮다.

예컨대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전용 59㎡는 현재 119동 중층을 기준으로 월세가 220만원(보증금 5000만원)에 나와 있고, 전세는 5억8000만원에 나와 있다. 월세 보증금 5000만원을 뺀 5억3000만원을 전부 대출로 충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금리 4.5% 기준) 대출 이자가 월 199만원으로 월세보다 저렴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는 임대인들 때문에 최근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상승 추세”라면서 “임차인은 전세 대출 이자와 월세를 꼼꼼하게 비교해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