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대장동 옆 고기동

김종구 주필 2023. 3.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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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폐지·법 회피 ‘특혜’
市 선택마다 업자는 이익 
환경은 파괴·시민은 분노

2010년 당시 용인시 기준은 이랬다. -분양세대는 전체 50% 이하로 한다. 공용목적(의료시설 등) 시설은 주거 부분 연면적 대비 2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원형보존용지 면적은 전체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그해 어떤 사업계획서가 접수된다. -사업 면적 19만9천640㎡. 실버타운 550여가구 개발. 분양 265가구 47%. 연면적 1만1천㎡·7층 노인병원 건립-. 용인시 기준에 정확히 맞았다. ‘고기동 실버타운’이다. 그 안대로 했어야 했다.

2022년, 공사가 시작됐다. 산을 다 파헤친다. 경치 좋은 광교산 자락이다. 안타깝지만 막을 재간이 없다. 용인시가 ‘적법한 허가’를 내 준 사업이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드러났다. 분명히 위치나 사업은 그때 그 사업이다. 하지만 외관이 달라졌다. 완전히 다른 사업이 됐다. 가구수가 969가구다. 400가구나 늘었다. 분양은 869가구로 90%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노인병원은 아예 사라졌다. 노인 복지? 그냥 숲세권 좋은 아파트 사업이다.

특혜(特惠)라는 말이 있다. 사전의 뜻은 ‘특별한 은혜나 혜택’이다. 이게 그 짝이다. 병원 등 공적 시설을 빼줬다. 대신 돈 되는 아파트를 채워줬다. 분양 가능 비율을 확 높여줬다. 수익 극대화를 열어줬다. 불법? 이 판단은 검찰·경찰에 맡기자. 지금 이걸로도 은혜와 혜택이다. 완벽한 특혜의 완성이다. 용인시가 베풀고, 건설사가 받았다. 이 특혜를 증명하는 두 번의 선택이 있었다. 그 두 번 모두, 용인시의 선택은 그 건설사의 이익을 향했다.

하나. ‘2010년 용인시 기준’엔 목적이 있었다. 노년층의 주거 안정이다. 용인시가 이걸 2014년 폐지한다. 6월30일 시보였다. 새 시장 취임 이틀 전이다. 폐지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함.’ ‘노인 주거 안정’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바뀐 것이다. 분양비율, 공용조건, 가구수가 전부 풀렸다. ‘복지’를 ‘아파트 사업’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용인시의 ‘선택’이 향한 것은 그 건설사의 이익이었다.

둘. 2015년 노인복지법이 개정된다. 분양을 금지해 민간업자들의 꼼수를 막자는 거였다. 1월28일 입법 예고가 떴다. 이 와중에 건설사는 건축허가 변경 신청서를 낸다. 5월28일이다. 개정안이 막겠다고 예고한 그런 꼼수로 가득찬 신청서다. 여기서 용인시가 또 한 번 선택을 한다. 법 개정 전에 해주기로 작정한다. 그리고 법 개정 하루 전, 실시설계 인가와 건축허가를 동시에 내준다. 이번에도 용인시 선택은 그 건설사의 이익이 됐다.

공무원은 말한다. ‘불법은 없다’ ‘안 해주면 소송 당할 수 있었다’.... 건설사도 말한다. ‘음해다’ ‘우리를 시기해 나온 소리다’.... 그런데 어쩌나. 이런 해명이 민망해지는 일이 생겼다. 올 1월 재판이 있었다. 그 건설사 회장이 법정구속됐다. 징역 1년6개월이다. 용인시의 공무원도 구속됐다. 징역 4년이다. 억대 뇌물이 오갔다. 이번 공소사실에는 실버타운이 없다. 그렇지만 다를 건 없다. 어차피 그 회장의 그 회사, 그 공무원의 그 시청이니까.

불법으로 끌고 갈 생각 없다. 특혜의 영역으로도 충분하다. 여기에 분노한 시민들이 묻고 있다. 원래 ‘노인 병원 낀 500가구’, 온전한 노인 복지 실버타운이었다. 그게 ‘노인 병원 뺀 900가구’, 완벽한 아파트 타운이 됐다. 정상적인 행정인가. 2014년 용인시가 기준을 폐지, 그래서 아파트 사업이 됐다. 2015년 법 개정 전날 건축 허가, 그래서 돈 되는 사업이 됐다. 행정의 섬김이 건설사인가. 담당자는 답변해야 한다.

대장동이 있었다. -특혜로 이어진 사업이었다. 시장 측근들이 끼어 있었다. 멋대로 수익률을 높였다. 챙겨간 이익만 수천억원이었다. 엄벌해야 할 특혜였다-. 그 옆이 고기동이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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