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국인 밀집지역 화재 취약, 소방시설 지원 등 안전 강화해야

경기일보 2023. 3. 3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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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선부동의 한 빌라에서 27일 새벽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부부의 어린 4남매가 목숨을 잃었다. 3층짜리 빌라 1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출입구 부근 거실 벽면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발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 7명이 함께 살던 집은 42㎡(12평) 면적에 방 2개, 화장실 1개, 거실 겸 주방이 있는 구조였다. 아버지는 폐가전과 옷가지 등 중고물품을 수집해 수출하는 일로 생계를 꾸려 왔는데 화마가 아이들과 함께 ‘코리안 드림’을 앗아갔다. 이들 가족은 2년 전 원곡동 지하 1층에 살 때도 화재를 당한 적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에 화재가 난 빌라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비슷한 크기의 집들이 모인 이 다세대주택에는 11가구가 거주했다. 가구당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7명씩 총 41명이 살았다. 거주자들은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에 살다 한국으로 온 고려인 후손들과, 화재가 난 나이지리아 가족 등이었다. 한국인 가구는 한 곳도 없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고, 반월산업단지 등 주변 공단에서 일한다. 이들은 시설이 낡고 공간이 좁아도 집값이 싼 지역으로 모여들었고,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선부동과 원곡동의 다세대주택 거주민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선부동에는 1만58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한다. 불이 난 다세대주택 반경 500m 안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만 3천명이 넘는다. 원곡동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3만3천179명이다. 이 중 외국 국적 동포(고려인 등)가 1만3천429명(40.47%), 외국인이 1만3천846명(41.73%)에 달한다. 내국인은 전체 10명 중 2명 미만 꼴인 5천895명(17.76%)이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곳 대부분이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 노후 건물인 데다 재난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선부동 일대 다세대주택 중 상당수는 화재경보기는 물론 건물 내에 소화기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전깃줄이 거미줄처럼 엉켜 있고, 쓰레기 더미가 방치된 채 쌓여 있고, 좁은 골목에 주차 공간이 부족해 화재 시 소방 장비 접근이 어려운 곳이 많다.

이 지역이 화재 등에 취약하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선부동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5건으로 안산시 25개 행정동 중 가장 많았다. 원곡동도 최근 5년간 13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외국인 밀집지역이 화재, 폭발 사고 등 재난에 취약하다. 동네 자체가 낙후돼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어 개선과 대책이 절실하다. 소화기와 화재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과 안전점검 강화, 화재 예방 교육 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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