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청년, 취업을 포기하다

차주하 2023. 3. 2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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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지도, 구직하지도 않는 청년 50만 시대...청년, 취업을 '포기'하다

[프롤로그]

3월 2일 열린 서울시립대 입학식.

“지금부터 2023학년도 입학식 시작하겠습니다.”


스무 살, 청춘의 시작은 성큼 찾아온 봄날만큼 화사합니다.
새내기들의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창창한 미래를 그리며 꿈에 부풉니다.

INT 김지호 /서울시립대 입학생
“(졸업할 때쯤이면) 서울에 있는 엄청 큰 기업들이 많잖아요. 그 자리에서 뭔가 한 자리 하면서 잘 회사생활 하고 싶습니다.”

INT 성하람 /서울시립대 입학생
“제가 엔터테인먼트 쪽 좀 좋아해서 그쪽에 가면 좋지 않을까?”


4년이 훌쩍 넘는 학사 생활을 마친 선배들의 졸업식 풍경은 어떨까요?
지난 달 말 열린 홍익대 졸업식을 찾았습니다. 막상 사회로 나오는 청춘들이 마주한 현실은 새내기적 기대와 사뭇 다릅니다.

INT 이재환/홍익대 졸업생
“취업 상황이 쉽지가 않아서 저는 대학원에 가게 됐습니다. 정말 비싼 졸업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취업준비생’이 됐습니다.

INT 박찬샘/홍익대 졸업생
“아르바이트하면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같은 시험들 준비하면서 회복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구인난이라는데, ‘배부른 투정’일까요?

INT 심형용/제조업 중소기업 채용담당
“청년이 없다, 첫 번째. 지금은 한 명이라도 (면접) 와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노는 청년’ 50만 시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9층시사국이 따져봤습니다.

■ "일하지 않아도 출근해요" 무업 청년들이 '가상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취업이 안 된 ‘무업 상태’인 청년들의 모임인 ‘니트컴퍼니’의 회원들이 화상 회의를 하고 있다.


니트컴퍼니 화상회의
"조금만 기다렸다가 이제 다 들어오면 시작할 건데. 다들 아침은 먹었어요?"

이른 오전, 한 온라인 회사가 화상회의를 준비합니다. 회의 시간이 다가오자 부서원들이 하나, 둘 모여듭니다. 그런데 회의 주제가 회사 업무라고 보기에는 색다릅니다.

니트컴퍼니 화상회의
“내가 했던 경험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진짜 회사’가 아닌 취업이 안 된 ‘무업 상태’에 놓인 20~30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가상 회사’입니다.

INT ‘니트컴퍼니’ 활동 청년
“제 업무는 시나리오를 필사하는 거랑.. 이 시간대에 뭔가를 같이 하고 있는 동료가 있다는 그 기분이 너무 안정되고 지지 받는 기분인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듯 매일 아침 SNS로 출근을 알리고, 매주 한차례 화상 회의도 합니다. 하루 5시간 이상 공부하기, 시나리오 필사하기, 명상과 운동하기 등 자신만의 업무를 마치고 서로에게 인증해야 퇴근할 수 있습니다.

INT ‘니트컴퍼니’ 활동 청년
”꾸준히 책도 읽을 수 있고 일단 책을 절반 정도 읽었다는 것에 굉장히 뿌듯하고요.“


INT 박은미/‘무업 청년 모임’ 니트컴퍼니 대표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뭔가를 시도하는 청년들이 한 50% 돼요.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한 30% 정도 되는 거 같고. 우울이라든지 소진 상태기 때문에 지금 뭔가를 하기 힘든 그런 상태로 체크하신 분들도 한 20% 정도 해당하는 거 같아요.”


운영진은 2021년부터 분기마다 백여 명 씩 모임을 꾸려왔습니다. 회원을 모집하기까지 통상 일주일이 걸렸지만, 최근 들어 ‘무업 청년’들이 급증해 올해는 12시간 만에 신청이 마감됐습니다.

INT 박은미/‘무업 청년 모임’ 니트컴퍼니 대표
“저희도 '웬일이야, 12시간 만에 마감됐어'라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리다. 점점 더 늘어나는 거 같아요. 왜냐면 취업은 되지 않고 아르바이트도 너무 경쟁이 치열하거든요.”

홀로 취업 준비 기간을 버텨야하는 막막함은 좌절감이 되기 십상, 하지만 이를 버텨낼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보니 ‘가상 회사’에 몰려드는 겁니다.

INT 박은미/‘무업 청년 모임’ 니트컴퍼니 대표
"무업기간을 가져보니까 막상 사람 만나러 가는 것도 어렵고 갈 데도 없고 뭘 해야 될지 모르는 그 막막함이 너무 컸다는 거예요.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거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거죠."

■ 경제활동도, 구직활동도 안 하고 '그냥 쉰' 청년 50만 명 '역대 최다'...취업지원정책은 '헛바퀴'


[스튜디오]

남현종 /9층시사국 MC
무업 청년들이 다니는 가상회사, 응원을 하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얼마나 궁지에 몰렸으면 저랬을까, 궁여지책이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도 들어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청년들이 최근에 급증했다는 건데요. 일하지도 않고 구직 활동을 하지도 않고 육아나 가사, 재학 등의 사유가 아니라 그냥 쉬었다, 이렇게 응답한 청년들이 지난달에 49만 7,000명으로 통계청 조사 이래 가장 많았습니다.

취업 시장이 워낙 어렵다 보니까 현재 취업 활동을 포기한 게 아닌가, 이렇게 짐작이 됩니다.

남현종 MC
그래서 해마다 정부에서는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과 제도를 내놓고 있잖아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그 대표적인 게 국민내일배움카드인데 혹시 두 분 아시나요?

공민경/9층시사국 기자
저는 처음 들어본 것 같아요.

남현종 MC
저도 처음 들었습니다.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이게 바로 국민내일배움카드입니다. 고용노동부의 직업 훈련 강좌를 홈페이지에서 보고 선택을 해서 학원에 등록하면 그 학원비를 이 카드를 통해서 국비로 지원해 주는 건데요. 구직자뿐만 아니라 재직자도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공민경/9층시사국 기자
그런데 재직자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이직이나 은퇴 후 설계를 돕는다는 그런 취지인데요. 한 사람당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고요. 여기에 들어간 예산도 한 해 1조 원이 넘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공민경 기자가 모르는 것도 당연한 게요. 모두 지원해 주는 건 아니고요. 공무원이나 일정 소득을 넘는 45세 미만 대기업 종사자 등은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남현종 MC
효과는 좀 있나요?

차주하/9층시사국 기자
그래서 이 카드가 실제 제대로 쓰이는지를 확인해봤습니다.

■ 한해 예산 1조 원 '국민내일배움카드' 직업훈련 돕는다더니...대기업 직장인 취미활동에 '펑펑'

나이와 소득 제한 때문에 지원 대상이 안 되는 KBS 취재진이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해봤습니다.

KBS 9층시사국 취재진
"저는 대규모 기업에 고용된 45세 미만인데 소득 때문에도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대상이) 안 될 것 같긴 한데...저는 재직자 유형으로 해보겠습니다. 신청이 완료됐습니다. 접수."

신청 사흘 뒤, 고용센터의 확인을 거쳐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은행에서 발급받으란 알림이 왔습니다.
회사 연수를 받지 않은 기간이 길어 발급 요건이 충족됐단 겁니다.

이 카드를 들고 영상편집을 가르치는 학원을 찾아 재직자 국비 직업훈련을 문의해봤습니다.


녹취/ KBS 9층시사국 취재진
“제가 회사를 다니고 있긴 해서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국비 과정 알아보다가 왔거든요.”

어찌된 일인지, 학원 측은 국비 강좌 신청을 만류합니다.

녹취/ 컴퓨터학원 상담원(음성변조)
"영상이나 컴퓨터 자체가 국비에서는 활성화된 지 얼마 안 됐어요. 한 대략 5년 정도? 안정화가 잘 안 됐다는 거죠."

그러면서 시간 낭비라고 딱 잘라 말합니다.

녹취/ 컴퓨터학원 상담원(음성변조)
“실무에서 사용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진 않아요. 6개월 동안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하실 필요가 없다는 거죠.”

학생들이 제대로 습득했냐는 상관없이 진도만 나가니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컴퓨터학원 상담원(음성변조)
“무조건 오늘 안에 할당량들이 있어요, 국비는. 학생들이 따라가든 못 따라가든. 피드백도 없으세요. (학생들한테요?) 왜냐면 너무 이게 빨리빨리 지나가야 되다 보니까.
거의 10명 듣는다면 보통 4명이 중도 포기를 하고요."

기업에서도 이런 실태를 알아서 국비 훈련을 들은 지원자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녹취/ 컴퓨터학원 상담원(음성변조)
"회사들에서도 국비로 취업 과정을 들은 친구들은 안 뽑아주는 거예요. (제대로 못 배웠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죠. 실무적인 게 떨어진다는 거예요."

취재진은 국민내일배움카드가 많이 쓰인다는 제과 제빵 학원도 찾아가봤습니다.

9층시사국 취재진
"내일배움카드로 혹시 수업을 들을 수 있는지..."

제빵학원 관계자 (음성변조)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취재진
"제가 일하는 거랑 (제빵학원 수강이) 상관없어서 이렇게 취미로 듣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제빵학원 관계자 (음성변조)
"가능하세요. 취미 겸 해서 시작하시는 분들이 또 반 정도 되시는 거 같아요. 보통 한 10명 수업하시면 한 7~8명은 다 내일배움카드로 하시고..."


국민내일배움카드 운영 규정상 직무와 관련 없는 취미 활동은 국비 지원을 못 받습니다. 하지만 제빵 과정에 등록한 뒤 출석만 하면 매달 15만 원 정도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녹취/ 제빵학원 관계자 (음성변조)
"출석률만 맞춰주시면 수료가 되시거든요. 근로자 과정이다 보니까 솔직히 취업을 목적으로 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으시고"

국민내일배움카드에 투입되는 예산은 한해 1조 4천억여 원에 달합니다.

INT 최영섭/한국기술교육대 고용서비스정책학과 교수
“내일배움카드 훈련의 경우 취업률도 그리 높지 않고 정말 역량을 개발했는지 안 했는지 그것도 잘 검증이 되지 않는 경우들도 많고 어떤 것을 제대로 배웠는지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노동시장에서 또 얼마나 제대로 된 일자리로 갔는지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정부의 재정 지원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 '한국형 실업부조' 국민취업지원제도 실상은? "1:1 직업상담이라더니...형식적 상담에 엉터리 취업알선까지"

[스튜디오]

남현종 MC
저런 지원 정책들은 사실 취업이 질실한 청년들에게 사용이 돼야 되는데 지금 대기업 직장인이 취미로 직업 훈련을 받는 데 쓰인다고 하니까 좀 황당합니다.

차주하 기자
네, 출석률만 확인하다 보니까 이렇게 취미로 이용해도 확인이 어려운 건데요. 실제 국비 직업 훈련 과정 현황을 보면요, 단순 사무업종이나 조리, 제과제빵 등이 1/3이 넘을 만큼 쏠려 있습니다.

최근에 정부가 국민내일배움카드 지원 대상 확대를 추진하겠다, 이렇게 밝히기도 했는데 직업 훈련이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게 먼저가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남현종 MC
자, 그러면 이 청년 취업을 돕겠다고 정부에서 내놓은 새로운 정책들은 어떻습니까?

차주하 기자
한국형 실업 부조라고 2년 전부터 시작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있는데요.

청년을 포함해서 저소득 구직자에게 최대 300만 원까지 구직 수당을 지원하고요. 수당뿐만이 아니라 직업 상담사가 구직자를 1:1로 관리하면서 적성 찾기부터 직업 훈련, 취업 알선까지 돕는 종합적인 취업지원제도입니다.

이 사업에도 한 해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공민경 기자
그럼 구직자들 반응이 상당히 좋을 것 같은데요?

차주하 기자
정말 그런지 이 제도를 경험했다는 청년들을 만나봤습니다.

[VCR]

지난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이연희 씨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했습니다.

INT이연희(가명) / 국민취업지원제도 이용 청년
"(취업 준비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도 되게 막막했어요. 그런 걸 물어볼 사람이 생기니까 이런 게 되게 좋겠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INT 이연희(가명) / 국민취업지원제도 이용 청년
"상담사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그러면 어느 정도 그런 (취업)관련 정보들을 알고 있어야 되지 않나 생각이 들었는데 전혀 그런 것도 안 느껴졌고."

더 황당한 건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회사에 직업상담사가 취업 지원서까지 냈다는 겁니다.

INT 이연희(가명) / 국민취업지원제도 이용 청년
"저는 희망한다고 말씀도 안 드렸는데 제 이력서가 그냥 그 회사로 넘어간 거죠. 되게 당황을 많이 했었어요. 저는 가고 싶지 않은 회사였으니까."

상담사들은 왜 취업 시키는 데만 급급할까요?
취업 상담의 절반 이상이 민간 위탁으로 이뤄지는데, 실적 압박을 받다보니 일단 취업부터 시키려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녹취/전직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사(음성변조)
"이 (직업상담) 민간위탁 기관이 1년 성과에 따라서 내년에 운영할 수 있나 없나 달라지기 때문에.. 취업률을 높이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직업상담사 1명이 구직자를 최대 1백 명까지 관리할 수 있게 한 점도 문제입니다.

녹취/전직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사(음성변조)
"통상 (직업상담사 1명당 구직자가) 한 70명에서 많으면 한 90명 정도. 정신이 없죠. 물리적인 한계를 많이 느끼죠. 한 명 한 명 세밀하게 상담을 하면 참 좋은데 시간적인 한계도 있고요. 제도가 매끄럽게 정착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고용노동부는 정 반대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INT 김지원/고용노동부 국민취업지원기획팀장
"현장에서는 (직업상담사) 1인당 (구직자) 한 70명 정도까지 하면 서비스를 할 만합니다 하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직업 상담사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해 주고 내 편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굉장히 도움을 받았다는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마음을 열고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생각을 하고요."

■ 청년 취업난, 우리 노동 시장의 문제와 직결... "청년 눈높이 낮추라고 요구하기보다 노동 문제부터 개선해야"

[스튜디오]

남현종 MC
마음을 열고 참여해라. 청년 구직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건 이런 무성의하고 조금은 무책임한 태도 때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아무리 정부나 어떤 단체에서 취업을 위한, 구직을 위한 지원을 많이 해 주더라도 어느 정도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 않나, 어떻습니까?

차주하 기자
맞습니다. 결국에 청년 취업의 어려움은 우리 노동 시장의 문제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기도 하거든요. 잘 아시다시피 대한민국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요. 전체 일자리의 88%가 여기에 몰려 있습니다.

청년들이 눈이 높아서 취업이 어려운 게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긴 한데 문제는 중소기업을 경험한 청년들마저 상당수가 다시 구직 시장에 나온다는 겁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한요셉/KDI 산업ㆍ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인력난에 오히려 시달리는 기업들이 있을 만큼 그런 기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포기하고 오랜 시간 구직 활동에 머무르는 이러한 청년들이 많다고 볼 수가 있겠고요."

"정부가 해야 될 것은 그러한 선택들을 어떻게 바꿔갈 수 있는가. 단순히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고요. 좋은 일자리를 잡지 못 하더라도 계속해서 제 2의 기회가 주어지는 제 3의 기회가 주어지는 이러한 노동시장으로 바꿔가는 노력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VCR]

끝이 보이지 않는 구직의 터널을 김지호 씨는 또다시 혼자 걷고 있습니다.
서른한 살, 벌써 여섯 번째 취업 준비입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제조업과 물류업 등 중소기업 5곳에서 일했습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오래 버틸 수 없었습니다.

김지호/가명, 31살 취업준비생
"공장에서 부품 조립이라든지 창고 관리라든지 이런 일 위주로 많이 했고요. 면허도 없는데 지게차를 운전하게 한다거나... 컨테이너에서 물건을 빼다가 떨어질 뻔한 적도 있고..."

대단한 처우를 바란 것도 아니었습니다.

김지호/가명, 31살 취업준비생
"월세를 내고 생활비를 어느 정도 쓰고 저축을 하는 데 무리가 없었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어요. (중소기업에서 일할 때) 저 카드빚에 엄청 시달렸고요. 그때 급여 수준이 160~180(만 원) 사이였어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구직 시장에 나왔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김지호(가명) / 31살 취업준비생
"이 회사가 나를 그냥 부품으로 생각하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지 않고 내가 이 일을 계속 했을 때 보람을 느끼고 좀 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올라갈 수 있겠다. 이런 느낌을 받았어도 저는 계속 그 일을 했을 것 같아요."

청년들은 눈이 높아서 결국 취업을 포기하게 되는 걸까요?

김지호(가명) / 31살 취업준비생
"영화 중에서 패터슨이라는 영화가 있거든요. 그냥 버스기사의 하루 일과를 그린 건데 이 사람은 여기서 버스를 운전하고 시를 쓰고 자기 살고 싶은 대로 사는데 행복하다.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중소기업에서 제조업을 하든 물류 창고 관리를 하든 내 삶이 존재하고 내가 삶을 통해서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선택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취재기자: 차주하
촬영기자: 이재섭
외부촬영: 설태훈 조선기
영상편집: 손보라
자료조사: 김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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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하 기자 (chas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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