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명가의 전쟁’ 시작
부활 신호탄 올린 현대캐피탈
30일부터 자존심 건 열전 돌입
빅매치 성사로 흥행열기 고조
남자배구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2022~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제는 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앞선 두 시즌 7개 구단 중 6위, 7위라는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그의 냉철한 반성이었다.
시련의 시간을 지나온 현대캐피탈이 명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정규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더니 4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끝난 2022~2023 V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3전2승제) 3차전에서 한국전력을 제압,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통산 5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과 맞붙는다. 두 팀은 삼성화재가 몰락한 2010년대 중반 이후 치열하게 V리그 정상을 다퉈왔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2016~2017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다. 매번 정규리그와 챔프전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대한항공이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2016~2017, 2018~2019시즌에는 현대캐피탈이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현대캐피탈이 정규리그 챔피언에 오른 2017~2018시즌에 통합우승을 막아선 것은 대한항공이었다.
4년 전엔 정규리그 2위로 대한항공을 넘어선 현대캐피탈이지만, 이번에는 더 어려운 도전을 펼쳐야 한다. 현대캐피탈은 공격 성공률(46.49%-53.29%), 블로킹(세트당 2.00개-2.68개), 서브 에이스(세트당 0.91개-1.64개), 디그(세트당 9.45개-10.55개) 등 세부 기록에서 대한항공에 크게 밀린다. 6번의 맞대결에서도 1승(5패)밖에 따내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현역 최고 세터 한선수의 경기 조율에 날개 공격수 링컨 윌리엄스, 정지석, 미들 블로커 김규민 등의 공수 짜임새가 좋다. 리그 정상급 아포짓 스파이커 링컨,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임동혁, 정한용이 버티고 있다.
대한항공은 3년 연속이자 역대 4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면 2009~2010시즌 삼성화재 이후 남자부 역대 두 번째로 트레블(컵대회·챔피언결정전·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빅매치가 성사되면서 흥행 기대감도 커진다. 한동안 여자배구 인기에 밀려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던 남자배구는 ‘봄 배구’에 접어들면서 흥행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정규리그 우승을 다투던 6라운드 두 팀 간 승부에는 ‘미리 보는 챔피언결정전’으로 관심을 받으며 만원 관중(2142명)이 찾았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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