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전설 박찬숙 감독 “아픔 있는 선수들에게 꿈을 되찾는 발판으로”
서울 서대문구청 여자실업농구단이 출발을 알린 29일. 박찬숙 감독(64)은 이날 창단식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청 대강당을 힘차게 내디디며 활짝 웃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박 감독은 한국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박 감독은 1976년 태평양 여자농구단의 창단 멤버였는데, 세월이 흘러 자신이 염원했던 감독직을 창단팀에서 이루게 됐다. 서대문구청의 창단으로 여자실업팀은 김천시청과 사천시청, 대구시체육회, 서울시농구협회 농구단을 합쳐 5개로 늘어났다.
구단주인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갓 태어난 농구단이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모델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감독은 “행복 100%라는 서대문구청의 표어처럼 한국 여자농구의 행복한 산파역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 감독이 성적이 아닌 행복을 강조한 이유는 선수들의 면면에서 잘 드러난다. ‘주장’인 정유진을 비롯해 홍소리와 김해지, 강주은 등 4명은 프로 무대에서 잠시 농구의 꿈을 접은 선수들이다.
특히 강주은은 2021년 여자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다가 2개월 만에 은퇴하는 아픔이 있었다. 임현지와 김나림, 조은진, 강다현 등 나머지 4명은 드래프트의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해 재능을 확인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
과거 여자프로농구에선 실업팀 대구시체육회에서 뛰던 박진희(은퇴)와 이사빈(BNK)이 2016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청주 KB와 인천 신한은행의 부름을 받은 전례가 있다.
박 감독은 “아픔이 있는 선수들을 뽑았다”면서 “뛸 곳이 없었던 선수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 프로무대로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재기의 각오가 남다르다. 홍소리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우리는 모두 농구를 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있는 선수들”이라 말했다. 강다현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열심히 뛰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서대문구청 농구단은 오는 5월 김천에서 개막하는 전국실업농구연맹전에서 첫선을 보인다. 박 감독은 “선수들 중에는 3년 이상 쉰 선수도 있고, 다친 선수도 있다. 5월까지 내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부족할 것”이라면서도 “10월 전국체전에는 서울시 대표로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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