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에 지친 수비 괴물 김민재 “힘들다” 호소에 ‘화들짝’
“당분간 소속팀에 집중” 깜짝 발언
체력·심리적 힘든 상황 짐작게 해
논란 커지자 “의미 잘못 전달돼”
하루 만에 SNS 통해 사과·해명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한국과 우루과이 평가전. 1-2로 진 직후 김민재(나폴리)가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마주했다. 김민재는 이 자리에서 당분간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는 깜짝 발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계속되는 강행군에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민재는 “그냥 지금 힘들고, 멘털적으로 무너져 있는 상태다. 소속팀에만 집중할 생각”이라고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축구 면에서도 힘들고 몸도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보다는 이제 소속팀에만 신경을 쓰고 싶다”고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핵심 수비수인 그가 한동안 대표팀에서 빠져 있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민재는 “(대한축구협회와) 조율이 됐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다. 이야기는 좀 나누고 있었다”며 즉흥적인 생각이 아님을 밝히기도 했다.
김민재는 지난 1월 이미 대표팀 관계자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하면서 선수 개개인과 면담을 했고, 생각을 다시 바꾼 듯 보였다. 김민재는 전날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 때도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수비수 선배 김영권(울산)을 부러워하며 “부상 없이 경기력을 유지해야 채울 수 있는 자랑스럽고 대단한 기록”이라며 “저 역시 부상 없이 오래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싶다. 몸이 다하는 만큼 뛰다 보면 경기 수는 따라올 것”이라고 대표선수로서 욕심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민재의 이날 깜짝 발언은 현재 그만큼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임을 짐작하게 한다. ‘대표팀 발탁’은 모든 축구선수들의 꿈이지만 ‘태극마크’의 무게와 책임감을 이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민재는 유럽 빅리그 진출 첫 시즌에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김민재가 뛰는 나폴리는 세리에A에서 리그 최소 실점(16골)으로 사실상 리그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8강에 오르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거의 모든 경기를 풀타임 소화한 김민재는 나폴리 성공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다리가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한국의 16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계속되는 빡빡한 일정 속 3월 A매치 2경기 내용도 만족할 수 없었다. 대표팀 수비진은 지난 24일 콜롬비아전에 이어 이날까지 2경기 연속으로 2골을 내줬다. 이날 우루과이전에서는 두 차례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했고, 김민재도 답답해하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대표팀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민재는 현재 대표팀 수비라인에서 대체 불가능한 핵심 자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첫 숙제를 안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친’ 김민재를 달래고 설득해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협회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김민재 상황을 보고받았고, 4월 유럽파를 점검할 때 김민재를 만나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민재는 발언 논란이 커지자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힘들다는 의미가 잘못 전달됐다”면서 “단기간에 모든 부분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되었음을 알아주시고 대표선수로서 신중하지 못한 점, 성숙하지 못한 점, 실망했을 팬, 선수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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