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인서 활동 ‘태양신 할아버지’ 조광현옹 별세
2007년 시작…5만3839개 글 남겨
“산타 나이, 아빠와 동갑” 답글 유명
유쾌·성실한 답변으로 소통 즐겨
네이버 지식인에서 유쾌하고 현명한 답변을 남기는 ‘태양신 할아버지’로 알려진 조광현옹이 2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녹야’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조옹의 별세 소식에 누리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1935년 경기 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복고,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33년간 서울에서 치과를 운영했다. 문답을 주고받는 플랫폼인 네이버 지식인(iN)에서 2004년부터 활동하며 치아 유지·관리 분야 외에도 생활 속 재치가 보이는 답변들로 주목받았다. “산타 할아버지 나이는 몇 살인가요?”라는 질문에 “아빠 나이와 동갑입니다”라고 답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고령에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간 그는 네이버 지식iN에서 소문난 상담가였다. 누리꾼들은 ‘지식인 할아버지’ ‘녹야(푸른 들판) 할아버지’ 등으로 부르며 답변을 청하기도 했다. 성실한 답변으로 유명한 그의 소식이 뜸해질 때는 건강을 걱정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옹은 2007년 첫 공개 답변 이후 지난해 11월 노환이 심해지기 전까지 총 5만3839개의 답변을 남겼다. 조옹은 현재 19단계인 네이버 지식인 등급 중 두 번째로 높은 ‘수호신’ 등급이다. 2015년까지 최고 등급인 ‘태양신’ 등급이었던 그는 ‘태양신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누리꾼들은 “우리 시대의 가장 젊은 어른이 세상을 떠나셨다”며 애도했다.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물음에 항상 모든 지식을 쏟아부으셨던 분”이라며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참 시대를 잘 따라가신 분”이라며 “세대가 다른데 젊게 사셨던 점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29일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추모의 뜻을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들은 “세상 다양한 것들에 지식이 많고, 호기심이 많고, 다정했던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가족들은 조옹의 숨은 조력자였다. PC나 휴대폰이 느려지는 등 이상이 없도록 슬하의 2남1녀가 늘 살폈다고 한다. 손녀 조윤영씨(34)는 “지식인 등급이 올라갈 때마다 뿌듯해 하곤 하셨다”며 “할아버지에게 지식인은 친구와 얘기하는 듯한 소통 창구였던 것 같다”고 했다.
조옹의 작고 소식에 네이버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네이버 지식iN 서비스는 이날 “영원한 지식iN 할아버지 녹야님의 별세를 애도한다”는 추모글을 게재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표자명으로 근조 화환을 발송할 것”이라고 했다.
고인은 1985년 제7회 치과의료문화상, 1994년 제2회 서울치과의사회 공로대상, 2008년 네이버 파워지식iN상을 받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30일 오전 6시15분이다.
글·사진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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