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 “19세기 창립자, 노예제 연루 사과”
자금 댄 상인 11명 중 9명도 관여
“반인륜 범죄…160억원 배상 진행”
200년 역사를 가진 영국 유력 매체 가디언이 19세기 창립자들의 노예제 연루에 대해 사과하고, 10년간 1000만파운드(약 160억원) 규모의 배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가디언을 소유한 스콧 트러스트는 지난 2년여간 조사해 ‘노예 유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821년 가디언을 창립한 면화 거래상 존 에드워드 테일러와 자금을 댄 맨체스터 지역의 상인 11명 중 9명이 노예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립자 테일러는 자신의 회사인 셔틀워스, 테일러&코를 통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의 노예 농장에서 면화를 가져왔다. 당시 송장에는 농장주와 노예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투자자 중 9명은 맨체스터 면직산업을 통해서 노예제와 엮였으며, 그중 1명은 자메이카 설탕 농장에서 직접 노예를 소유했다.
스콧 트러스트의 올 제이컵 선디 회장은 “이런 사실을 사과하고 공유하는 것은 가디언과 노예제 간의 역사적 고리를 푸는 첫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캐서린 바이너 편집국장은 “창립자들이 반인륜적 범죄 행위로 부를 끌어모은 점을 직시하고 사과한다”며 “이런 끔찍한 역사는 저널리즘으로 인종차별, 불공정, 불평등을 폭로하고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2년 넘게 진행됐다. 스콧 트러스트는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 운동을 계기로 2020년 7월 노팅엄대 등에 창립자들과 노예제 관계에 관한 조사를 의뢰했다.
스콧 트러스트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10년간 1000만파운드를 들여 노예 후손 등에게 배상하는 복원적 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농장이 있던 지역에서 공동체 사업을 지원하고 카리브해, 아프리카, 영국·미국의 흑인 공동체에 관한 보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흑인 독자를 겨냥한 편집 포맷도 만든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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