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엔 냉정한 수요자…경쟁력 갖춘 매물이 답이다[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화제의 둔촌주공아파트 분양이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완판에 성공했다. 강남권 대규모 단지인 둔촌주공의 계약 결과는 향후 주택시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된다는 점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그리고 정부 모두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시장이 위축되면 수요자들은 냉정해지기 마련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경쟁력 있는 상품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지금 분양에 나서는 단지는 적어도 2~3년 전 분양시장이 활황기였을 때 토지를 구입하고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계획했던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갑자기 식어버린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분양가 문제가 불거져도 이성이 발휘되기 어려운 활황기에는 마음이 급해진 수요자들은 좋은 기억만을 재생하면서 계약에 나선다. 그러나 가격 하락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곳도 미분양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비교적 수요가 탄탄한 아파트도 예외가 아닌데, 오피스텔이나 생활형 숙박시설 등 틈새시장을 노렸던 상품은 말할 것도 없다.
오피스텔 1월 전국 거래량은 4000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2.6%나 감소했다. 거래가 감소하면서 2월 오피스텔 매매가도 지난해 동기 대비 0.7% 떨어졌고, 실례로 하남시의 위례지웰푸르지오 84㎡는 13억원에서 7억원대로 5억원 넘게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 당시 수천 대 1을 기록한 강남권 오피스텔도 분양가보다 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텔처럼 취사가 가능한 레지던스로 최근 3년여년 전부터 인기가 높았던 생활형 숙박시설도 마찬가지다. 천혜 자연경관이나 도심의 편리한 입지에 거주와 투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 상품으로 초기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분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실거주 시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이 되지 않으면 올해 10월부터 분양금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분양가 대비 1억원 이상 낮게 분양권 매물이 나오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유명한 투자 속담에 ‘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안 입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이제 가격이 비싸도, 상품성이 검증되지 않아도 규제의 틈새를 찾아 수요자들을 현혹했던 그 수영장은 없다.
지금은 진짜 수영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의 수영장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어려운 시기지만, 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건 활황기를 누렸던 업계의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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