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익 입증돼야 규제…‘일감 몰아주기’ 예외 범위 넓힌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예외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기존 심사지침이 법 규정보다 과해 수위를 법령에 맞춰 조정하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봐주기식 규제 완화란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사익편취 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공정위는 개정안을 통해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판단 요건을 더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지침은 거래 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와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두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고 보는데, 개정안에서는 둘 중 하나만 충족해도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또 기존 지침은 일감 몰아주기 인정 예외 사유 중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에 대해 ‘불가항력의 경우’만 인정했는데, 개정안에서는 ‘불가항력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 입장에서 예견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도 예외 사유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개정 내용들이 현행 법령상 제재 수준과 법원 판례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외에도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사익편취 행위를 규제할 때 적용되는 ‘부당한 이익’에 대한 판단 기준도 구체화했다. 공정위는 그간 사익편취 행위를 판단할 때 대상이나 행위 요건이 성립하면 이익에 대한 부당성을 별도 입증할 필요가 없다고 봤는데, 심사 지침을 개정하면 이익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고 재규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최근 한진과 하이트진로 등의 사익편취 사건에서 총수 일가에게 제공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 대기업 집단의 특수관계인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이익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하며, 이 과정에서 제공 주체·객체·특수관계인 간의 관계, 행위의 목적·의도·경위, 거래 규모,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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