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의 어렵다”…‘근로시간 개편 참여’ 보건 전문가 사의
[앵커]
1주일에 최대 69시간 노동을 허용하면서 반대 여론이 커지자, 정부는 개편안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개편안의 뼈대를 연구하던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 방향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사퇴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시간 노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소견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보건 전문가였습니다.
홍성희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근로 시간 개편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전문가 연구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연구회에 참여한 교수는 모두 12명, 이 중 노동자 건강 보호 관련 전문가는 김인아 한양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1명뿐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주로 경제학과 경영학, 법학 교수들이었습니다.
고용부는 김 교수 참여를 두고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보건 전문가를 포함시켜 균형 잡힌 논의가 가능하도록 안배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섯 달 뒤, 연구회는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주 최대 근로시간이 69시간으로 늘어나는 내용이 담겼고, 과로를 조장한단 비판이 나오자 연구회 측은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권순원/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지난해 12월 : "연장근로 허용 한도를 포함하면 69시간까지 가능한 것은 맞습니다. 예외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빈번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는 권고 내용을 토대로 법 개정안을 만들어 이달 초 입법예고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그런데 연구회가 권고안을 내기 한 달 전쯤, 김인아 직업환경의학 교수가 연구회 활동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교수는 KBS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권고안에 들어갈 내용에 동의하기 어려워 연구회 좌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개편 방향이 노동자 건강을 악화할 수 있어 여러 문제점을 말했지만 반영이 안 됐다며, 사의 표명 이후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건강권 전문가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 권고안이 나온 겁니다.
고용부와 연구회 측은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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