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워 "영광을 되찾으려면 단련이 더 필요하다"
과거 한국에서 개발된 RPG를 논할 때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아키에이지'입니다.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해상전'이라 칭하는 PVP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아이템으로 무역을 진행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하는 등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스템이 많았죠.
2020년 아키에이지2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게이머들은 많은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많은 유저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PC와 모바일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하는 신작이 먼저 등장했습니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배급하는 '아키에이지 워'입니다.
개발진은 모바일에서도 호쾌한 타격감과 빠른 공격 속도를 바탕으로 핵심 콘텐츠인 해상전을 즐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작을 즐겼던 많은 유저들이 대거 몰리며 결국 양대 마켓 1위라는 성적까지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직접 해본 아키에이지 워는 전작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확실히 그래픽과 캐릭터 모션은 훌륭했습니다. PC와 모바일 모두 최적화도 잘 이뤄졌죠. 하지만 당장은 캐릭터를 육성해도 메인으로 즐길만한 콘텐츠가 부족합니다.
많은 유저들이 기대했던 해상전도 사실상 배를 타고 자동 사냥을 하는 것과 크게 다름없었어요. 제대로 된 PVP 요소도 아직은 없습니다. 아키에이지 워를 플레이한 소감을 공유해 보겠습니다.
장르 : MMORPG
출시일 : 2023년 3월 21일
개발사 : 엑스엘게임즈
플랫폼 : PC, 모바일
■ 그래픽과 최적화는 '엄지 척'
그래픽은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요소입니다. 독특한 그래픽, 훌륭한 그래픽 등 게임마다 특징이 다르죠. 아키에이지 워는 훌륭한 그래픽에 가까웠습니다. PC와 모바일 모두 아름다운 그래픽이 눈에 들어왔죠.
최적화도 수준급입니다. PC 버전은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지 않았고 로딩 시간도 짧았어요. 모바일 버전도 그래픽 퀄리티를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도 프레임이 심하게 저하되지는 않았습니다. 갤럭시 S20을 기준으로 약 30분 플레이부터 발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정도입니다.
튜토리얼 구간에 나오는 인게임 컷신도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튜토리얼 이후는 컷신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적절한 컷신이 나오면 스토리 몰입도가 깊어졌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자동 사냥 도중 카메라를 돌려가며 지역을 확인해 봤을 때도 디테일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이라고 단순하게 만들지 않고 지역 특징을 잘 살린 모델링이 인상적이었어요. 퀘스트 진행 도중 텍스트도 모두 더빙돼 있었습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임 내 '직업'을 선택하면 해당 캐릭터로 변신하기에 따로 구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본인 캐릭터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이 없는 점은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 자동 전투 편의 옵션도 수준급
게임은 자동 전투 위주였습니다. 원작을 생각하면 '자동'이라는 단어가 의아했어요. 전투를 자동으로 해버리면 PVP가 단순 스펙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퀘스트는 어려울 것 없이 클릭하면 자동으로 목적지를 찾아가고 행동을 개시하는 방식입니다. 사냥, 아이템 획득, 대화까지 원버튼이면 해결됐죠. 퀘스트 오른쪽 상단에 즉시 이동 버튼을 누르면 골드를 일정량 지불하고 바로 목적지까지 갑니다.
자동 전투와 관련된 편의성 요소가 가득했습니다. 타 플레이어가 사냥 중인 몬스터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매너 모드'나 대상 탐색 범위, 우선순위 지정, 몬스터 스캔과 같은 기능을 모두 지원합니다.
이외에도 최적화를 위한 절전 모드나 버프 기술 사용 타이밍까지 조절할 수 있으니 자동 전투 관련 옵션은 수준급입니다. 게임 시간 대부분을 사냥에 할애하니 이렇게 상세한 설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플레이에도 훨씬 좋았어요.
전작과는 플레이 감상이 많이 달랐습니다. '아키에이지'라는 IP만 공유할 뿐 완전히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았어요. 원작 특유 액션성이나 콤보 연계보다는 안정적이고 편한 전투에 집중한 듯한 구성이었습니다.
■ 아직은 사냥뿐 "다른 콘텐츠가 필요하다"
스토리를 제외하면 현재 콘텐츠는 던전, 보스, 바다가 전부였어요. 던전에서는 스킬북, 장비 아이템, 재료 아이템, 강화와 관련된 아이템 등 재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던전에서도 특별한 플레이를 요구하진 않았고 정해진 시간 동안 사냥을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칼바람 폐광' 던전은 주간마다 7시간을 제공합니다. 나머지 2개 '마다나의 연구소'와 '얼음잔 호수 동굴'은 주간마다 1시간을 이용할 수 있어요. 각 던전 별 이용 시간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퇴장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시간을 모두 소모했다면 각 던전에 맞는 '시간석'을 사용해 추가로 입장할 수 있어요.
보스는 정해진 시간마다 필드에 등장하는 강력한 몬스터입니다. 필드에 장판을 남기거나 강력한 공격을 하는 등 자동 사냥만 진행하고 있으면 죽을 위험이 높았어요. 보스가 가하는 공격을 피하면서 딜링을 하는 편이 바람직합니다.
'바다'는 아키에이지 워가 자랑한 해상전 무대입니다. 그만큼 기대감이 높았던 콘텐츠였어요. 40레벨을 찍고 곧장 바다로 출항해 보니 살짝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기대했던 PVP 콘텐츠가 아니었고 캐릭터만 함선으로 바뀐 자동 사냥이었어요.
튜토리얼에서 함선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캐릭터들을 보고 "오 이렇게만 구현했어도 진짜 재미있겠는데"라는 기대감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다도 하루 이용이 2시간으로 제한되므로 계속 즐길 수도 없습니다.
결국 시간제한이 걸린 주간 콘텐츠를 제외하면 평소에는 사냥밖에 할 게 없습니다. 당장은 스펙업을 할 동기가 더 쉬운 사냥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아키에이지 워 같은 전쟁 MMORPG에서는 강해질 명확할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기에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 무과금도 40레벨까지는 할만하다
가장 스펙에 관련된 요소는 뽑기였습니다. '직업', '그로아', '탈것' 총 3가지 뽑기가 있었어요. 10회 소환에는 현금으로 2만 7500원 정도입니다. 일정 횟수 뽑으면 좋은 결과를 보장해 주는 천장 시스템은 뽑기에는 없었어요.
대신 중복된 직업들을 합성할 수 있습니다. 일반 등급 직업 4개를 합성하면 일정 확률로 고급 직업을 얻는 방식이에요. 영웅 직업이나 전설 직업을 얻기 위해 합성할 때 일정 횟수 이상 실패하면 원하는 직업을 고를 수 있는 천장 시스템은 존재했습니다.
현재 '런칭 기념 영웅 직업 확정 스텝업' 패키지를 4회 구매하면 영웅 직업을 확정적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약 44만 원입니다. 영웅 직업과 희귀 직업은 기본 스탯부터 공격 속도까지 월등히 차이가 납니다.
게임을 진행하며 전직은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시작할 때 고른 직업이 아니어도 됩니다. 처음 고른 직업은 '전직'이라 명하며 일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등급별 직업을 제공해요. 30레벨만 찍어도 희귀 직업은 확정으로 얻을 수 있기에 40레벨까지는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40레벨 이후로는 게임이 급격히 힘들어져요. 영웅 직업이 없다면 공격 속도가 부족해 대미지가 나오지 않았고 번번이 빗나감이 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무과금을 위해 매일 골드로 소환할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희귀 직업 0.1%, 영웅 직업 0.01%로 확률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대략 1000번을 뽑았을 때 희귀 직업 10번, 영웅 직업 1번을 볼 수 있는 셈이에요. 40레벨 기준 하루에 2회 소환할 수 있으니 상당히 희박한 확률입니다. 펫 기능인 '그로아'는 활력 소모 감소부터 캐릭터가 강해지는 능력치를 직접 제공합니다. 탈것도 이동 속도부터 방어에 관련된 옵션과 소지 무게를 늘려주니 강한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선택이 아닌 필수였죠.
무과금도 매일 진행하는 골드 뽑기로 대박을 노려볼 순 있지만 그 확률이 너무 희박합니다. 합성으로 차근차근 노려볼 수 있지만 고급이나 일반 등급 합성은 실패하더라도 천장 시스템이 없기에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수도 있어요.
과금을 하면 이전과 달리 게임 진행이 확실히 편해집니다. 강해지는 캐릭터를 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유저라면 지갑을 열어야 합니다. "MMORPG를 제대로 즐기려면 돈과 시간 중 하나는 필요하다"라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아키에이지 워는 과금하면 게임이 분명하게 편해집니다.
■ 추가될 대규모 PVP 콘텐츠가 흥행 열쇠
아키에이지 워가 오픈한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은 유저들이 성장 과정에 있는 만큼 엔드 콘텐츠 부재가 크게 체감될 시점은 아니에요. 그러나 메인으로 내걸었던 해상에서 이뤄지는 PVP와 레이드가 없는 점은 성장을 마친 유저가 많아질수록 크게 부각될 잠재적 문제입니다.
직접 플레이하며 40레벨을 달성했을 때도 "아직은 도로 공사 중이다"라는 감상이었어요. 후에 도로가 완성되고 건물이 세워지는 시점이 다가온다면 지금보다 긍정적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유저들 마음을 사로잡을 메인 콘텐츠가 없어 보였어요.
양대 마켓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유저들과 소통하며 게임을 보강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존 아키에이지와는 다른 게임성을 가졌으니 현재 플레이하는 유저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개선하는 것이 열쇠입니다.
유저들도 게임을 플레이하며 "내가 알던 아키에이지랑은 다르네", "해상전이 이게 끝인 건가? 배 타고 싸우는 PVP를 기대했는데", "자동 사냥 자체는 편하네", "무과금은 힘들 것 같다"등 다양한 반응을 내비쳤습니다.
1. 준수한 그래픽, 훌륭한 최적화
2. 상세 설정 가능한 자동 전투
3. 몰입감 부여하는 퀘스트 더빙
1. 빈약한 콘텐츠 볼륨
2. 무과금 게임 플레이 한계 명확
3. 반복 연속 퀘스트 라인
presstoc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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