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라’만 있고 ‘듣기’는 없는 주입식 국정홍보

유정인 기자 2023. 3. 29.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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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두 차례 ‘국무독백’
비상경제대책회의도 생중계
한·일 회담 후엔 통보식 설득
일하는 모습 보여주기 분석도
출근길 문답도 132일째 중단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서 ‘주입식’ 국정 메시지 전달이 고착화하고 있다.

대통령 발언 전체 공개와 회의 생중계가 늘어 공개 범위는 확대됐지만 내용과 형식 면에선 일방적 홍보에 국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언론을 통한 쌍방향 소통은 132일째 닫힌 상태다.

윤 대통령의 최근 국정 메시지 전달 방식의 특징은 양적 확대, 질적 축소로 요약된다. 양적 확대는 확연하다. 29일 윤 대통령 주재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선 대통령 모두발언이 방송 생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이번달 들어 윤 대통령 발언이 생중계로 전해진 건 9차례다. 3·1절 기념식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등 대형 행사를 제외하면 총 4차례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 모두발언이 생중계됐다.

특히 지난 21일과 28일에는 통상 국무총리와 격주로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연달아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실시간으로 알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책 수요자인 국민의 의견을 잘 듣고 또 잘 홍보하는 취지로 소통 강화 차원”이라고 말했다.

내용과 형식 면에선 일방통행식 전달이 두드러진다. 지난 21일 국무회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23분간 모두발언을 했다.

사실상의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고심과 정부 조치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강제동원(징용) 피해 당사자의 입장에 대한 설명은 빠졌고 비판 여론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바라봤다. 비판 목소리를 존중하며 설득하기보다는 ‘정적’으로 규정하면서 소통을 차단했다.

‘주 69시간 노동’ 발언을 두고 대통령실이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밝힌 다음날 윤 대통령이 생중계로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말하며 정책 메시지 혼선을 노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일방적 전달에만 갇히면서 형식적으로도 쌍방향 소통과 멀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발언의 직접 전달이 대폭 늘어난 건 출근길 문답 중단 시점과 맞물린다. 지난해 11월18일을 마지막으로 언론과의 문답을 통한 소통은 사라진 상태다.

대통령실은 이후 각 부처의 연두 업무보고를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진행하고 윤 대통령 모두발언 전체를 공개하는 등 직접 전달을 늘렸다. 통상 신년에 여는 기자회견은 생략했다.

대통령 정상외교의 관례로 자리 잡은 전용기 내 간담회 역시 이후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듣고 답하는’ 소통보다는 ‘일방적 발화’, 대통령 생각의 ‘주입식 홍보’에만 집중하는 형태의 소통 방식이 이어진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위기상황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 안정”이라며 “내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문화·관광 산업 활성화를 강조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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