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한 달 앞 ‘외교안보 수장’ 교체
윤 대통령, 1시간 만에 수용…후임에 조태용 주미 대사 내정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교체됐다. 김일범 의전비서관, 이문희 외교비서관에 이어 안보실장까지 연쇄적으로 물러났다. 자진사퇴 형식이지만 사실상 경질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외교안보 사령탑’이 물러나면서 배경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 후임에 조태용 주미 대사를 내정했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5시3분쯤 언론 공지를 통해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1년 전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 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실장 사의 표명 1시간 만에 이를 수용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오후 5시55분쯤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김성한 실장의 사의를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 사의 표명 1시간 만에 후임자 내정까지 이뤄진 것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이 김 실장을 경질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안보실장 교체는 이례적이다.
김 실장이 미국 측 제안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이 교체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 측이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의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공연을 제안했는데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이 보고를 누락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김 실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저로 인한 논란”을 언급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의 알력설, 안보실과 외교부의 권력투쟁설 등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후임 안보실장에 조 대사를 내정했다. 조 내정자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박근혜 정부 외교부 제1차관·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을 지냈다. 2020년 4·15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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