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경동시장 ‘북적’…“구경 한 번 왔다가, 꼬박꼬박 와서 장 보게 돼”

정유미 기자 2023. 3. 2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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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깻잎, 봉지당 1000원
채소, 대형마트 반값 수준
“차 몰고 와…기름값도 저렴”
전통시장 알뜰 장보기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29일 한 시민이 현금을 주고 고추를 사고 있다. 문재원 기자

29일 서울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씨(55)는 아파트 이웃과 함께 청량리 경동시장에서 장을 보다 깜짝 놀랐다. 상추와 깻잎 묶음은 봉지당(200~300g) 1000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길거리에서 파는 오이(3개)는 2000원, 쪽파(1단) 가격은 3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강남 일대는 ℓ당 2000원 안팎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1500원대로 500원가량 저렴했다.

전통시장인 경동시장이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의 ‘장보기 성지’로 탈바꿈했다.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주민은 물론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40~50대 주부들로 붐빈다.

서울 옥수동에서 왔다는 최모씨(48)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차를 몰고 경동시장을 찾는데 고기와 나물류, 반찬 가격이 너무 싸다”며 “기름도 가득 넣으면 한번에 3만원가량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청량리 경동시장 일대에서 파는 채소류 등 신선식품 가격은 대형마트보다 저렴했다. 대형마트의 경우 오이(2개) 3980원, 상추(150g) 2480원, 깻잎(1봉지) 2980원, 청양고추(2봉지) 5960원 등이지만 경동시장에서는 오이를 개당 600원, 상추(200g)와 깻잎(4개 묶음)은 각각 1000원, 청양고추(2봉지)는 3000원에 팔고 있었다.

인근 식자재 마트도 가격이 싼 편이었다.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소재 마트의 경우 찌개용 돼지고기 600g이 2750원이었고 소고기 양념 불고기, 생닭, 편육, 순대고기 등도 대형마트의 절반 수준이었다.

식자재 마트 관계자는 “입소문이 났는지 싸고 맛이 좋다며 멀리서 찾아오는 주부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장을 보던 강모씨(43·경기 의정부시)는 “6개월 전 우연히 여기서 장을 봤는데 대형마트에 비해 가격이 50% 이상 저렴했다”면서 “최근엔 한 달에 두 번 날짜를 정해 이곳에 온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2번 출구에는 장바구니 캐리어를 끌고 시장을 찾은 노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천안에 사는 70대 할머니는 “고춧가루도 빻고, 참기름도 짜고, 떡도 사고, 가격이 싸서 장을 보는 재미가 있다”며 웃었다.

전통시장인 경동시장 주변 분위기도 크게 달라져 장을 보는 주부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동시장 간판을 따라 광성상가 입구 건물로 올라가자 LG전자 금성전파사가 나타났는데, 인증샷을 찍는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바로 옆 스타벅스경동1960점은 커피를 주문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빈자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붐볐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오전 11시30분쯤이면 좌석이 다 차는데, 장을 보러 나온 40~50대 주부들과 젊은이들이 뒤섞여 한담을 나누는 풍경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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