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북한의 핵무기 작명
한·미 정찰첩보망이 1990년 5월 함경남도 함주군 노동리에서 북한이 개발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 미사일이 최초 발견된 지명을 따서 ‘노동 미사일’로 명명했다. 북한이 붙인 명칭은 ‘화성-7’인데, 남한에선 20년 넘게 ‘노동’으로 불렀다.
북한 미사일은 이름을 들으면 어떤 종류일지 대체로 가늠된다. 별과 행성 이름을 주로 붙였기 때문이다. ‘화성’은 지대지 탄도미사일, ‘북극성’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금성’은 순항미사일 계열이다. 인공위성과 운반체인 장거리 로켓에는 ‘광명성’이 붙는다. 광명성은 ‘환하게 빛나는 별’이라는 뜻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리킨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숫자는 올라갔다. 화성-5형은 사거리 3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고, 2020년 10월 처음 공개된 화성-17형은 사거리 1만5000㎞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북한이 공개 중인 핵무기엔 천체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핵 무인 수중공격정의 명칭은 ‘해일’이다. 은밀하게 잠항한 뒤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해군기지·함선을 파괴하겠다고 붙인 이름이다. 모의 핵탄두를 고도 600m에서 공중 폭발하는 전략순항미사일 명칭은 ‘화살’이다. 저고도 비행으로 한·미 미사일방어망을 뚫겠다는 의미를 담은 듯하다. 미사일 등에 탑재할 전술핵탄두는 파괴력을 과시하려는 듯 ‘화산’이라 했다.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는 ‘핵 방아쇠’로 칭했다. 미국 대통령이 핵가방을 열고 핵공격을 지시하듯,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 방아쇠’를 당기면 핵운용부대가 언제 어디서든 전술핵무기를 쏘겠다는 것이다.
해일·화살·화산은 이름만으로도 파괴적이다. 북한은 핵무기별로 활용 목적에 어울리는 단어를 선택해 핵 강대국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듯하다. 지상이든, 공중이든, 수중이든 핵탄두가 터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강력한 핵무력을 갖출 때 적이 우리 국권, 제도, 인민을 건드릴 수 없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 위협을 강화하면 한·미 대응 수위도 같이 높아진다. 미국의 핵 탑재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떠다니면 북한도 긴장하지 않는가. 주민 생활에 보탬이 될 리 없는 핵무기 작명이 더 없길 바랄 뿐이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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