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참사→미성년약취→단장 뒷돈 요구…쇄신 외친 KBO, 선수부터 프런트까지 ‘총체적 난국’

이후광 2023. 3.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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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돈 요구 파문으로 해임된 KIA 장정석 단장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쇄신을 외쳤지만 사건사고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프로야구의 부흥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선수는 물론 선수를 관리하고 지원해야할 프런트까지 리그의 품위를 손상시키며 야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KIA 타이거즈는 29일 오전 품위손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장정석 단장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고 해임을 결의했다. KIA 구단은 “장 단장이 지난해 모 선수와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를 했다는 제보를 지난주에 받은 뒤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떠나 어떤 이유에서라도 협상 과정에서 금품 요구라는 그릇된 처신은 용납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장 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최종 해임 조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장 단장은 지난 스토브리그서 포수 박동원과의 FA 협상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정황이 포착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KIA 구단은 사태가 넥센 프런트 시절부터 박동원과 친분이 두터운 장 단장이 ‘좋은 계약을 해보자’라는 농담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박동원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취를 직접 확인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따르면 장 단장은 박동원에게 최소 두 차례의 금품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의 사리사욕이 부른 초유의 사태다. 그 동안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사건사고는 종종 볼 수 있었지만 계약 총 책임자인 단장이 선수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후진성 짙은 사건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통신이 발달한 정보화시대에서는 더욱 드물게 발생하는 사건이다. 이번 파문 또한 선수의 녹취가 있었기에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었다. 

롯데 서준원 / OSEN DB

허구연 총재 부임과 함께 ‘팬퍼스트’와 ‘쇄신’을 외친 KBO리그는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국제대회 성적 부진 및 각종 사건사고에 신음하고 있다. WBC 3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사가 벌어지며 야구계 각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이제 2주가 갓 지났다. 그러나 리그는 여전히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 투수 서준원은 지난해 말 미성년자 약취·유인 혐의로 입건돼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후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럼에도 서준원은 버젓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2023시즌 롯데의 마운드를 이끌 기대주라는 평가를 한 몸에 받았다. 서준원은 23일 소속팀 롯데로부터 방출 통보을 받은 뒤 28일 KBO규약에 의거 참가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역시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OSEN=도쿄(일본), 손용호 기자]8회초 13-4로 뒤진 한국 대표팀이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03.10 /spjj@osen.co.kr

KBO리그는 2023시즌 개막을 불과 사흘 남겨두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웠던 시범경기를 통해 올 시즌 피 튀기는 순위 싸움을 예고했고, 오는 30일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선수 2명이 참석해 팬들 앞에서 각오를 밝히는 미디어데이도 예정돼 있다. 4월 1일 이승엽, 박진만, 강인권, 염경엽 신임 감독의 데뷔전, 새 유니폼을 입은 FA 이적생들, 리그의 미래를 밝힐 1~2년차 유먕주의 활약 등 볼거리도 많다. 그런 가운데 WBC 참사, 선수의 미성년약취, 단장의 뒷돈 요구 등 악재가 연이어 발생, 그야말로 리그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있다. 선수부터 프런트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한편 KIA 구단은 “최근 불거진 장정석 단장의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해 KIA 타이거즈 팬 여러분은 물론,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라며 “또한 개막을 앞두고 있는 KBO리그 전체에 누를 끼치게 돼 리그 모든 구성원분들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프로야구를 사랑해 주시고 KIA 타이거즈를 응원해 주시는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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