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복합쇼핑몰·백화점·재개발…" 돈·사람 몰리는 광주 '교통지옥' 왜
광주신세계, 현대쇼핑몰 등 동시개발 부작용 예상
광천재개발, 화정아이파크 1만8000세대 신축 물량
금호월드 대책위, 시도로 편의는 대기업 특혜 반발
15년간 개인택시 몰고 있는 오방열 기사의 하소연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말도 마쇼. 광주에 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출퇴근길만 1시간 넘게 걸려 부러. 여기에 광주복합쇼핑몰과 신세계백화점이 동시에 개발되면 큰 난리가 날 것이구만. 교통지옥 말이여”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오방열(70) 기사는 광주의 교통상황을 심각하게 내다봤다. 광주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조선대, 백운교차로 등 일부구간은 1시간 넘게 걸린다. 택시비 만원이면 끝에서 끝을 갈 수 있던 광주가 변한 것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이마트가 몰려있는 광천동 손님은 가급적 받지 않는다. 하루 14만대의 차량이 오가는데 도로가 협소해 개미지옥에 빠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로 5분거리인 무등경기장은 야구시즌만 되면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오씨는 “제약회사 은퇴 후 15년간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개발이 집중되고 있는 광천동 일대는 주말이면 교통지옥으로 변한다. 손님은 손님대로 기사는 기사대로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가급적 동선을 잡지 않는다” 며 “지하철 공사에 백화점, 쇼핑몰 등을 동시에 짓는다고 하는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광주 전체가 마비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광주의 한복판 광천동이 금싸라기 땅으로 변신하자마자 핫이슈로 둘러 쌓였다.
신세계백화점 확장을 비롯해 전방·일신방직 개발, 더현대 복합쇼핑몰, 특급호텔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4000세대가 넘는 광천재개발사업과 화정아이파크, 화정2주거환경개선 등 1만8000여 세대의 신축 아파트도 공급된다.
땅값마저 들썩이고 있다. 현재 광천동 일대 토지는 평당 3000~4000만원 사이로 거래되고 있다. 실제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말 이마트와 금호월드 인근 조립식 상가를 54억원에 매입했다. 평당 5000만원 수준이다. 해당 부지는 100평 남짓으로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30억원의 가치였다.
사람과 돈이 몰리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광천동에 개발이 집중되면서 종합적인 교통대책 마련이 힘들다는 점이다.
29일 광주시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복합쇼핑몰이 완공되면 연간 4000만명이 유입될 예정이다. 주말에만 현재의 2배가 넘는 30만명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간선도로 교통량은 두배로 증가하고 통행속도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광주신세계 백화점 확장은 탄력을 받고 있다. 광주시 도시계획위원회는 30일 자문위원회를 열고 지구단위계획을 심의할 예정이다. 자문위는 지난 1월 교통문제를 이유로 ‘재자문’ 결정을 내렸고 신세계는 광천사거리 480m 지하도로를 동서방향에서 운암동 고가 쪽 남북방향으로 바꿔 제안할 방침이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2022년 11월 광주 서구 화정동 이마트와 주차장 부지 사이에 낀 시 도로 군분2로 60번길(400평) 가운데 일부 도로(200평)를 사업대상에 포함해달라고 광주시에 요청했다.
이 도로가 편입되어야 7600평 규모의 백화점 건립이 가능하다. 신세계측은 대체도로 건설 등을 제시하며 지구단위계획 반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전남방직·일신방직터(29만6340㎡·8만9642평) 현대백화점 및 복합쇼핑몰 개발과 관련한 용도변경 행정절차가 제각기 진행되면서 혼선도 예상된다. ‘따로국밥’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를위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광주를 찾은 원희룡 국토부장관에게 광천2로와 빛고을대로를 잇는 도로를 국가계획으로 반영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인근 상인들의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금호월드 상인 400여명은 최근 광주신세계대책위원회를 구축했다. 교통문제와 영업활동 차질 등의 문제를 논의중이다. 대책위는 대기업인 광주신세계의 편의를 위해 시도로를 편입시키는 행위는 시민들의 통행권 박탈과 지역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는 특혜라고 호소했다.
29일에는 광주시를 방문해 광주신세계 지구단위변경 계획 의견서와 입장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광주시 주관 협의체 구성을 요청한 상태다.
금호월드 정해인 단장은 “지난 2006년 이마트가 신축할 때 문제가 없을 것으로 평가됐던 교통영향평가가 예측을 실패하면서 결국 탁상행정으로 끝이났다” 며 “현재 방식으로 신세계가 개발되면 금호월드는 도로에 둘러 쌓인 독립된 섬이 되고 만다. 그러면 결국 다 망한다”고 토로했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행정절차는 두 곳 따로 진행하지만, 교통 문제는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놓고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si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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