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방미 출국···“대만은 굴복도, 도발도 않는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9일 미국을 경유하는 중앙아메리카 2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차이 총통은 이날 대만을 출발해 미국을 경유, 중미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고 다시 미국을 경유해 대만으로 돌아온다.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들르는 일정이지만 이 기간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등을 만날 가능성이 있어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이 총통은 이날 출국에 앞서 타오위안(桃園)국제공항에서 담화문을 발표하고 “우리의 우방과 교류·협력을 심화하려는 결심을 보여주고, 동시에 세 가지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은 자유민주적 가치를 확고히 지키고 계속 국제사회의 선한 역량이 될 것” “대만은 세계 경제의 핵심 역량으로서 동맹국과의 공영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로 나아가려는 대만의 결심은 갈수록 더 확고해질 수밖에 없다”며 “대만은 세계의 대만이며, 대만을 세계로 이끌고 세계를 대만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우리 집권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외부의 압력은 대만의 의지를 방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는 차분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굴복하지도 도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만은 확고히 자유와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 길은 비록 험난하지만 대만은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29일 오후 3시쯤(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해 교민 만찬 행사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30일에는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행사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과테말라와 벨리즈에서의 순방 일정을 마친 뒤 귀국길에 미국 로스엔젤레스(LA)를 경유 형식으로 방문한다.
대만 언론들은 내달 5일로 예정된 LA 방문 때 차이 총통이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하고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은 지난 27일 시작된 대만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의 중국 방문과 시기적으로 겹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일정 중 매카시 의장과의 회동을 문제 삼고 있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펑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그(차이 총통)가 매카시 의장과 접촉한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엄중하게 위반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훼손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또 하나의 도발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에 결연히 반대하며, 반드시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대만 사이의 모든 공식 왕래를 중단하길 미국 측에 촉구한다”며 “중국 측은 사태의 전개를 면밀히 추적하며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하고 힘 있게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은) 비공식적인 사적인 경유”라며 “바이든 정부 당국자와 만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중국 외교부가 주미 중국대사관에 차이 총통이 경유하는 뉴욕과 LA 등지에서 중국 교민과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 지지자 등을 동원해 항의 시위를 벌이도록 훈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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