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외교 가정교사’ 김성한, 정부 출범 10개월만에 퇴장
윤석열-바이든 통화 때 김 실장 휴대전화 사용
윤석열 정부의 최대 외교 이벤트가 될 ‘미국 국빈 방문’을 불과 4주 앞두고 사퇴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63)은 윤 대통령이 정계 입문하기 전부터 ‘외교 가정교사’ 역할을 해온 최측근이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수시로 만나거나 통화하면서 ‘외교 과외’를 해온 멘토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대광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2021년 8월 발표된 윤석열 선거캠프 외교안보 정책자문단 19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고, 당선 후에는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간사를 맡았다.
그는 자타가 공인한 한·미동맹 중심론자로 꼽힌다. 한·미 간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 등 현 정부 외교안보정책 설계를 주도한 것도 김 실장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당선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때 사용한 휴대전화가 김 실장의 것으로 밝혀져 막역한 사이임이 재차 확인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이명박(MB) 정부 때 외교라인을 맡았던 ‘MB맨’으로 분류된다. 외교부 산하 연구기관인 외교안보연구원(국립외교원) 연구원과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등을 지냈고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이명박 후보의 외교안보정책 분야 자문을 맡으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MB 정부 때인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외교통상부 2차관을 역임했다. 특히 MB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 3000’(북한이 비핵화 및 개방에 나서면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을 설계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핵심인 한·미동맹 강화, 선 비핵화 협상 후 남북관계 개선, 선제타격 능력 강화 등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김 실장이 역할을 했다. 윤 정부 외교 및 대북 정책이 MB 정부 외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독 ‘외교 참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외교안보 수장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한 당시 패싱 논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조문 취소’, 미국 방문 당시 ‘날리면’ 발언 논란, 최근 강제동원(징용) 해법 등 한·일관계 개선 추진 등으로 야당을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결국 2022년 5월 현 정부 시작과 함께 외교를 이끌었던 그는 10개월 만에 학계로 돌아가게 됐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한·미동맹 복원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안보협력 토대 등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자평하면서 국빈 방미가 잘 진행되고 있어서 후임자가 오더라고 차질없이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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