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 부진해 소비 못하는데, 시늉만 낸 ‘내수 진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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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을 보고하고 발표했다.
우리 경제는 21세기 들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내수 부진이 만성화되고 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민·중산층의 소득 안정화가 긴요하다.
정부가 내수 진작에 진정 의지가 있다면, 가계 소득과 고용 확대를 어떻게 지원할지 적극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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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가 내수활성화 대책을 보고하고 발표했다. 대통령 지시로 두달 가까이 시간을 들여 준비한 것인데, 막상 까놓고 보니 알맹이가 없다. 정부가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의 식사 접대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타진할 때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내수가 부진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제시해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에서 안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국내 숙박 상품을 구매하면 3만원씩 최대 100만명에게 숙박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놀이공원 등 시설 할인쿠폰을 1만원씩 18만명에게 제공하고, ‘여행 가는 달’로 지정한 6월에 지역관광과 결합한 고속철도 운임을 최대 50% 낮추기로 했다. 중견기업 근로자 휴가 지원 사업 대상을 늘리고, 직원들의 국내 여행상품 구매를 보조한다고 밝혔다. 영화 관람과 책 구입 등 문화비의 소득공제율, 전통시장 카드 지출액의 소득공제율도 올리기로 했다. 이 밖에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 편의를 높이고 모든 면세점이 참여하는 각종 행사를 추진한다.
목록은 많지만, 이번 대책에 직접 들어가는 돈은 기금에서 지출하는 600억원가량이 전부다. 그것으로 600억원의 민간 소비를 더 이끌어낸다고 해도 합해야 1200억원이다. 1천조원이 넘는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소비 총액에 견주면 욕조에 물 한컵 붓는 꼴이다. 거창하게 발표는 했지만, ‘시늉’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대통령 지시이니 안 할 수는 없고, 서민 감세나 재정 지원을 배제하고 안을 만들려니 자잘한 항목의 수를 늘리는 데만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21세기 들어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내수 부진이 만성화되고 있다. 소득 양극화 탓이 크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물가 급등으로 인한 가계 실질소득 감소, 금리 급등에 따른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가 내수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서민·중산층의 소득 안정화가 긴요하다. 올해 들어서는 30, 40대 남성 취업자가 줄어드는 가운데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감하고 있다. 정부가 내수 진작에 진정 의지가 있다면, 가계 소득과 고용 확대를 어떻게 지원할지 적극 고민해야 한다. 재정 지출 없이 그걸 할 수 있다는 망상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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