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디지털 탄소발자국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3. 3. 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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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이메일을 삭제하고 휴지통을 비운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에 대해 알게 된 이후부터다. 메일함에 잠들어 있는 이메일만 지워도 지구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다니, 솔깃했다.

디지털 탄소발자국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 양을 뜻하는데, 인터넷을 사용하거나 데이터를 소비할 때 등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메일 한 통은 4g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저장 데이터 양이 늘어나면 데이터 저장을 위한 데이터센터가 더 필요해지고, 전력 소비량도 증가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냉방설비와 IT 장비 가동 등으로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이런 이유로 불필요한 메일을 삭제하고, 스팸메일만 차단해도 환경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PD 기욤 피트롱은 최근 출간한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는 행위만으로도 지구에 생태적 부담을 준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누르는 '좋아요'가 상대방의 스마트폰으로 전달되기까지 모뎀과 안테나, 케이블과 데이터센터 등 엄청난 인프라가 동원되고, 이 과정에서 물과 자재,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것이다. 수면주기 측정 앱을 깔아놓은 사람은 잠을 자는 것이 디지털 행위가 되고, 명상 앱을 이용하는 사람은 명상이 디지털 행위가 된다. 화상회의를 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디지털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세계 민간 항공업계 배출량의 2배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고, 디지털산업이 남기는 생태 발자국은 프랑스나 영국 같은 나라가 남기는 생태 발자국의 3배 수준이라고 한다.

환경을 위해 일회용품을 덜 쓰는 것 못지않게 디지털 다이어트도 중요해진 세상이 된 것이다. 무심코 보던 영상을 덜 보는 것, 무턱대고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 것, 메일함을 비우는 것 같은 작은 실천으로 탄소발자국을 지워보는 건 어떨까.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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