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챗GPT가 내 일자리를 위협할까

2023. 3. 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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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고학력 직종일수록
생성형 AI 영향 더 받을듯
코딩·글쓰는 직업 더 위태
직업의 양극화가 아니라
소득의 평준화 걱정할수도

너도나도 챗GPT를 이야기한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2016년 이후 인공지능(AI)에 관한 관심이 이처럼 높아진 건 처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나타난 생성형 AI라는 물건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전문적인 정보를 찾아주거나 요약하고, 그럴듯한 연설문을 새로 써주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주기도 한다. 사람보다 나은 능력에 감탄하거나 등골이 서늘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챗GPT가 거짓 정보를 뻔뻔하게 내밀거나 세종대왕이 노트북 컴퓨터를 던진 사건을 묻자 마치 실제로 있었던 사실처럼 대답하는 등 환각 현상을 일으키는 걸 보며 아직은 멀었다고 (그래서 안심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학자인 필자는 생성형 AI가 미래의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있다. 아니 사실은 모든 이들이 나와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가 앞으로 안전할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챗GPT와 같은 것이 세상에 나올지, 그걸로 뭘 할 수 있을지 전혀 몰랐던 입장에서 감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역사적 경험과 주어진 상황에 비추어서 몇 가지는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부터 보자. AI로 인해 대량의 실업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AI가 신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다른 기술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정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그로 인한 대량실업을 경고했지만 역사상 이는 한 번도 현실화한 적이 없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AI도 지금까지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으로 투입되던 노동력을 절약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자유로워진 노동은 좀 더 유용한 곳에 사용되거나 노동시간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요즘 주당 근로시간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한국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이미 40시간 이하로 낮아졌다. 산업혁명 직후에는 주당 80시간에서 100시간씩 일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AI로 인해 높아진 생산성은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도 전과 같은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물론 긍정적인 측면만 있지는 않다. 신기술은 노동을 보완하는 성격과 대체하는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직업에 따라서 불균등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경제학자들은 신기술을 잘 이해하고 다루는 고학력자의 생산성과 보수가 높아지는 부분에 집중했다. 이후에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자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들이 대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제조업과 사무직 중 원래 중간 수준의 임금에 해당하던 일자리를 줄이는 직업의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졌다.

AI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로 인해 우리가 하는 업무 중 평균 14%는 직접적으로, 56%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득이 높고 고학력인 직종일수록 더 영향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컴퓨터 코딩이나 글쓰기 능력을 활용하는 직업들이 대표적이다. 과학적 능력이나 비판적 사고를 활용하는 직종은 아직 안전하다지만 그것도 더 두고 봐야 한다. 어쩌면 이번에는 AI로 인해 소득의 평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그 직업이 꼭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생산성 향상과 추가적 수요의 발굴로 인해 오히려 고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직무 요건이 변하면서 직고용 대신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등 채용 관행도 달라질 수 있다. 분명한 바는 교육과 노동, 직업 등에 나타날 큰 변화에 잘 대응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을까.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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