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은 호혜적 경협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 인기가 놀랄 만큼 뜨겁다. 2020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부터 올해 '더 글로리'까지 넷플릭스 TV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객 수가 411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높은 인기에는 만화에 대한 향수를 지닌 3040뿐 아니라 1020세대의 열렬한 호응이 있었다. 양국 관계가 경색되지만 않았어도 양국 간 시너지 효과가 외교·안보·경제 등 더 다양한 분야에서, 더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최근 12년 만의 방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 소원해졌던 관계를 정리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다시 한번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는 정치·외교·안보 측면뿐만 아니라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 일본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됐다는 경제적 의의도 상당하다.
첫째, 일본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성장 파트너다. 우리의 제5위 교역국, 방한 관광객 제2위 국가였던 일본과의 관계는 2019년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2019년 전후 3년간 우리 글로벌 교역액은 6.2% 증가한 데 비해 일본과는 3.0% 감소했다. 일본의 한국 제조업 직접투자는 실적 기준 45.3%, 한국의 일본 제조업 직접투자는 38.4% 감소했다. 방한 관광객 중 일본 비율 역시 2018년 19.2%에서 2022년 9.3%로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한일 관계 개선 시 우리 수출이 연 3조5000억원 증가하고,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 관광객 회복 시 연 5조2000억원 경제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둘째, 일본과는 공급망과 첨단산업·기술에서 상호 호혜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미·중 경쟁, 공급망 교란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그동안 공급망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던 일본 수출규제가 해제됐다. 공급망 파트너로서 일본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서 우리의 뛰어난 제조기술과 일본의 소재·부품 경쟁력이 연계된 협력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 진출 및 신산업 협력의 공감대를 확인한 것도 고무적이다. 용인에 조성될 예정인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에서의 성공적 협력 사례도 기대된다.
셋째, 일본은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에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협력 파트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IRA),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주요 통상 이슈에서 유사한 입장을 지닌 양국이 함께 대응한다면 우리 의견 반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양국 공동이익을 논의하는 정부 간 채널을 조속히 복원할 계획이다.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등 다자 채널을 통해 디지털경제, 공급망,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갈 수 있다.
25년 전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양국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사적 선언이었다. 당시 일본은 따라잡아야 할 선진국이었지만, 이제 양국은 함께 가야 할 동등한 협력 파트너로 변화했다. 양국은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한 분기점에 서 있다. 지금까지는 가깝고도 먼 이웃이었던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래 세대를 위한 진정 가까운 이웃이 되기를 기대한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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