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AI시대, 너무 쉽게 가려는 韓 스타트업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토니 스타크를 보조하는 인공지능(AI) '자비스'는 집 안 모든 전자 디바이스를 연결한다. 영화 '그녀(HER)'에 나오는 AI 운영체제(OS) '사만다'는 사용자 맞춤형 소프트웨어로 명령어 실행뿐 아니라 인간과 교감까지 한다. AI가 OS로 진화하면서 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PC·모바일에 이은 진짜 웹3.0은 AI라는 말도 나온다. 스마트폰이 나오고 거의 모든 PC 서비스를 모바일이 포용한 것처럼 대부분의 웹2.0 서비스 위에 AI가 얹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생성형 AI를 둘러싼 빅테크 경쟁은 이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검색형 플랫폼 시대가 저물고 명령형 플랫폼 선점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구글, 메타 등은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더 많은 개발자를 먼저 자신들의 가두리 안에 들여오기 위해서다. 오픈AI는 최근 챗GPT와 다른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챗GPT 플러그인'을 내놨다. 예컨대 사용자가 챗GPT에 "도쿄행 항공권을 찾아줘"라고 명령(프롬프트)을 내리면 챗GPT가 데이터에 접근해 실제 티켓을 예약한다. 여기엔 AI 서비스를 자사 생태계로 모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회사가 별도로 챗GPT 모바일 앱을 출시하지 않는 이유다. 이미 애플과 구글이 지배하는 경기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판에서 싸우겠다는 얘기다.
AI 플랫폼을 선점하는 회사(국가)는 사람들의 행동까지 조종할 수 있는 '지식'을 대규모로 축적할 가능성이 높다. 클래리베이트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생성형 AI 분야 핵심 연구·특허에서 미국·중국 등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벌써부터 챗GPT 생태계에 올라타는 쉬운 길을 택하고 있다. '승자독식' 구도인 AI 분야에서 지식 속국이 될 위기다. 과거 스마트폰 태동기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해외 기업으로부터 검색·포털 시장을 지켜냈지만 새롭게 열릴 AI 생태계에서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다. 더욱이 AI는 언어와 정보 장벽 자체를 없애버리기 때문에 한국어 특화 서비스가 큰 의미가 없다.
[황순민 디지털테크부 smhwang@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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