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윤리위 회부 안할 듯···‘김기현 리더십’ 시험대

조미덥 기자 2023. 3.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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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1천원 아침밥’을 배식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리더십이 김재원 최고위원의 잇따른 실언에 대한 대처로 시험대에 섰다. 김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 징계까지 끌고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거듭 김 최고위원의 징계를 촉구하는 등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구·경북(TK)에서 재기를 노리는 김 최고위원이 극우적 언행을 멈출지도 미지수다.

김 최고위원은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방금 서울에 도착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당에 부담을 드린 점에 깊이 반성하면서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최 예배에 참여해 윤석열 대통령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공약에 대해 “나도 반대한다.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보수단체인 ‘북미자유수호연합’ 강연회에 나서 “전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 14일 SNS에 예배 발언을 두고 “죄송하다”고 사과한 데 이어 최고위원 당선 후 한 달도 안돼 두 번째 SNS 사과를 한 것이다. 그는 논란이 불거진 뒤 지난 16·23·2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잇따라 불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별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한 데 이어 SNS에 “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았다면 더더욱 신중해야 마땅하다”고 김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을 당 윤리위 징계에 회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 본인도 전 목사를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평가한 만큼 김 최고위원을 징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는 2019년 11월 전 목사가 주최하는 문재인 정권 퇴진 집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당내엔 김 대표가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 시장은 이날 SNS에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을 한 이번엔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자”고 적었다. 홍 시장은 “당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 운영을 하면 당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당 운영으로는 당을 역동적으로 이끌 수 없다”며 판사 출신인 김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전날 김 최고위원의 제명을 주장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김 최고위원의 돌발 언행을 우려하는 기류가 강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잡으려는 지도부의 노력이 김 최고위원의 극우적 발언으로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성인 1001명을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 유무선 전화 면접, 응답률 8.4%)하니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더불어민주당 36%)에 불과했다. 당 지도부 한 인사는 이날 “지도부에서도 김 최고위원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며 “지금 투아웃이다. 한 번 더 문제가 되면 쓰리아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간이 지나면 김 최고위원의 극우성 발언이 다시 나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원외인 김 최고위원은 보수세가 강한 TK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아 재기하는 것이 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전체 총선 승리를 목표로 하는 김 대표와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당원투표 100%로 규칙(룰)을 바꾼 후 우파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수석최고위원이 됐기 때문에 보수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부각하는 전략적 행보를 이어갈 수도 있다. 한 비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TK 당선이라는 목표에 충실한 것”이라며 “전당대회 룰을 바꿔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후과”라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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