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누구를 위한 사면인가...축구인인가? 축구팬인가?

오광춘 기자 2023. 3. 29. 16: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 지금인가. 갑자기 왜 사면이란 카드가 꺼내졌나. 사면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대한축구협회의 사면은 이런 물음에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면의 취지는 일단 이렇습니다.
우루과이와 평가전 직전에 열린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이 자리에서 논란의 사면 결정이 발표됐습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

사면은 '죄를 용서하고 형벌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지극히 정치적 행위입니다. 많은 사람이 수긍할 만한 명분을 내세워도 이런저런 논란이 일 수밖에 없죠. 이번에도 자축과 화합을 위한 카드였습니다. 왜 공감을 얻지 못했을까요.
우루과이와 평가전 직전에 내려진 사면 결정은 축구팬들의 반발을 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중요한 사면 안건이 우리나라와 우루과이의 평가전 직전에 개최한 축구협회 이사회를 통해 갑자기 발표된 것부터 뜻밖이었습니다. 승부조작에 나섰던 48명을 포함해 징계를 받은 100명을 구제해주는 중대한 조치였는데 말이죠.
대전 서포터스는 성명서까지 내면서 승부조작 징계자들에 대한 사면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스포츠의 기본이 정정당당한 규칙 안에서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의 향방을 겨루는 것이라 할 때 승부조작은 그 본질을 무너뜨리는 행위로 간주합니다. 실수하고 잠깐 일탈하는 수준이 아니죠. 조작된 승부는 스포츠 안의 과거, 현재, 미래까지 모든 것을 믿을 수 없게 만들어버리죠. 모든 가치가 무너져내립니다.

실제로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 악몽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도, 지금도 승부조작으로 가장 피해를 본 건 축구인들이 아니라 축구 팬들이었습니다. 용서할 주체도 피해를 본 축구 팬들이어야겠죠. 승부조작에 대한 사면 결정이 몇몇 축구인들의 건의와 의결로 뚝딱 이뤄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