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타고 유명해지면 뭐하나요"…컵밥거리 상인들 '한숨' [현장+]

김세린 입력 2023. 3. 29. 16:25 수정 2023. 3. 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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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가성비 맛집'이라고 소문 나면 뭐 하나요. 주말에 잠깐 몰릴 뿐이에요. 일단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줄었잖아요. 10년간 컵밥 장사를 했는데, 올해 매출은 최악이에요."

박 씨는 "요즘 고물가로 노량진 컵밥이 '가성비 데이트 코스'로 꼽힌다고 하지만, 공시생이 줄어든 뒤로 평일 장사가 잘 안돼서 매출 타격이 크다"며 "방송을 타고, SNS에서 유명해져도 길어야 한 달 정도 반짝하고 몰릴 뿐, 요즘 여기 상인들은 장사가 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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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줄어 한산해진 '노량진 컵밥거리'
"코로나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 60% 줄어"
"SNS 보고 몰린 외지인에 주말에만 열어"
평일 점심 12~1시께 썰렁한 '노량진 컵밥거리'의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가성비 맛집'이라고 소문 나면 뭐 하나요. 주말에 잠깐 몰릴 뿐이에요. 일단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줄었잖아요. 10년간 컵밥 장사를 했는데, 올해 매출은 최악이에요."

얼마 전 유명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가 다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는 '노량진 컵밥 거리'의 한 점포 상인 박모 씨(62)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박 씨는 "요즘 고물가로 노량진 컵밥이 '가성비 데이트 코스'로 꼽힌다고 하지만, 공시생이 줄어든 뒤로 평일 장사가 잘 안돼서 매출 타격이 크다"며 "방송을 타고, SNS에서 유명해져도 길어야 한 달 정도 반짝하고 몰릴 뿐, 요즘 여기 상인들은 장사가 다 힘들다"고 토로했다.

29일 낮 12시 40분께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는 말 그대로 '썰렁'했다. 한때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메카'로 불리며 학생들이 줄을 서서 밥을 먹었지만, 점심 시간임에도 거리에서 컵밥을 먹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재료를 준비해둔 채 손님이 오기만의 기다리는 상인들의 모습만 눈에 띄었다.

컵밥거리 건너편 공무원 준비학원 건물에 '임대문의' 표시가 붙어있는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컵밥 가게 사장 홍모 씨(53)는 "원래 학생들이 빠져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올해 특히 심하다"며 "컵밥 상인들의 주 고객층은 공시생들인데, 그 학생들이 급격히 줄다 보니 매일 힘든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장기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60%가량 줄었다는 게 홍 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3년 9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 채용시험 원서 접수 인원은 12만1526명으로, 지난해 대비 4만여명 줄었다. 2017년 지원자 수가 22만8368명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6년 사이 46.8% 줄어 반 토막이 난 것이다. 7급 국가공무원 역시 원서 접수 인원이 2017년 4만8361명에서 지난해 3만3455명으로 30.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생 급감'은 그대로 노량진 컵밥 거리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이곳은 코로나19 전엔 하루에 평균 200명 이상이 방문했지만, 지금은 그 인원의 3분의 1가량만 찾고 있다고 한다. 기존에 공시생들의 점심시간인 정오께부터 오후 1시 사이 평균 40~50명이 이곳을 찾았다면, 지금은 10명 정도만 방문한다는 것.

컵밥거리 점포 23개중에서 7개가 문을 닫은 모습. /사진=김세린 기자


문을 닫은 점포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날 '컵밥 거리 가게 안내도'에 적힌 23개의 점포 중에서 7개의 점포가 문을 닫거나 폐업한 상태였다.

평일 장사가 안되는 탓에 주말에만 문을 여는 가게도 있었다. 컵밥 가격은 3500~5000원대 사이로 형성돼 있고, 3500원이면 스팸·삼겹살·계란 등이 잔뜩 들어간 볶음밥을 양껏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컵밥 거리 앞에서 5년간 카페를 운영해온 유모 씨(56)는 "컵밥 가게 사장들 말을 들어보면 주말에는 그래도 SNS를 보고 찾아온 외지 손님들 덕분에 겨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더라"면서도 "평일의 경우 코로나 전에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 없었는데, 코로나로 학원들이 학생들을 못 나오게 한 뒤로 학생들이 인강(인터넷 강의)을 거의 듣다 보니 평일 장사는 망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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