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살포 농약에 멸종위기 독수리, 큰기러기 떼죽음
올해 2월 이후로 발생한 야생 조류 집단폐사 9건 중 5건의 사인이 농약 중독이었다. 세상을 떠난 새 무리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독수리, 큰기러기도 포함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하 관리원)은 지난달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9건을 분석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관리원은 한 장소에서 5마리 이상의 조류가 죽으면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검사를 한다. 고병원성 AI에 걸린 조류는 폐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검사 결과가 ‘음성’이면 농약 중독 검사로 넘어간다.
야생조류가 집단폐사한 9건 중, 원인이 농약 중독인 사례는 5건이었다. 이 중 2건은 지난 13일 관리원이 발표했던 ‘올겨울 야생조류 집단 폐사’에 포함됐던 사례다. 농약 중독이 아닌 4건은 고병원성 AI이 원인이었다.
지난달 14일 큰기러기(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7마리의 집단폐사에서도 같은 농약 중독이 확인됐다. 지난달 17일 울산 울주군에서 집단 폐사한 떼까마귀 16마리에서는 폐사체의 소낭(식도) 내용물에서 카보퓨란 농약 성분이 치사량 이상으로 검출됐다.
농약으로 인한 야생조류 집단 폐사는 농약을 먹은 개체뿐 아니라, 상위포식자로 이어질 수 있다. 독수리는 병들어 죽어가거나 죽은 동물을 먹이로 삼는다. 지난달 13일에 경남 고성에서 집단 폐사한 독수리(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7마리의 소낭 내용물에서 카보퓨란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농약 중독으로 폐사한 야생조류는 총 194마리다. 그중 큰기러기(13마리), 독수리(12마리), 흑두루미(5마리), 새매(2마리) 등 멸종위기종은 총 32마리였다.
농약은 ‘고의’로 살포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관계자는 “통상 농사에 쓰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이어야 새가 죽을 수 있다”며 “고의 살포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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