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출판인, 세계 곳곳 ‘책의 순간’을 셔터에 담다 [포토]

곽윤섭 2023. 3. 2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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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국내외를 다니면 찍어온 책 관련 사진을 모아 사진책 <지혜의 숲으로:출판인 김언호의 책사진> 을 펴냈다.

김언호 대표는 47년 동안 출판인으로 살면서 책을 만들어왔는데 이번 사진책에 든 책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어느 나라, 어떤 곳에서 만난 책들에도 그가 반가운 눈길을 보냈고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사진을 담아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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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 사진책 <지혜의 숲으로>
1987 네팔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국내외를 다니면 찍어온 책 관련 사진을 모아 사진책 <지혜의 숲으로:출판인 김언호의 책사진>을 펴냈다. 한국·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 세계 각지의 서점·도서관 등에서 찍은 책 사진 사이 사이에는 책과 출판문화에 대한 김 대표의 생각들이 녹아들어 있는 짤막한 글들이 적당한 곳에서 속삭이듯 숨을 쉬고 있다. 지하철이나 공원의 벤치에서 종이책을 든 이들을 발견하는 것이 어쩐지 반가운 시대다. 김언호 대표는 47년 동안 출판인으로 살면서 책을 만들어왔는데 이번 사진책에 든 책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 어느 나라, 어떤 곳에서 만난 책들에도 그가 반가운 눈길을 보냈고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사진을 담아냈음을 알 수 있다. 헝가리 출신 사진가인 앙드레 케르테츠가 1971년에 펴낸 사진책 은 주로 유럽과 미국 곳곳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담아낸 책이다. 그 책에 있는 1915년 세계1차대전 무렵 맨발로 책을 읽는 헝가리 소년들 사진을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이 김언호 대표의 이번 책<1987 네팔>의 소년들 사진에서 다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서문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책 속에, 책과 함께, 나는 존재합니다. 책으로 나를 발견합니다. 책으로 우리는 이 고단한 세상을 보다 관용적으로 바라봅니다. 아름답고 위대한 책의 세계, 그 책을 만들게 해준 시대의 조건들에, 함께 책 만드는 세상의 동지들에게, 헌사를 바칩니다.”

<지혜의 숲으로>에 든 사진들을 소개한다.

2018 톈진
“책 쓰지 않고 책 만들지 않고 책 읽지 않고
어떻게 도덕적인 국가・사회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정의로운 민족공동체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30쪽
2009 뒤셀도르프
“늙은 노숙자가 길에서
죽는 것은 뉴스가 되지 않지만,
주가지수가 한두 포인트 떨어지면
뉴스가 되는 세상이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했습니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맨해튼의
자본주의이지만, 서점 맥널리 잭슨에 드나드는
뉴요커들에게는 교황의 이 말씀이 들릴 것입니다.
책으로 꿈꾸는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그 책이 제기하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심각성을 알게 될 것입니다.
문제의 인식은 실천의 전제입니다.” 73쪽
2016 선전
2015 상하이
“예수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입에서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먹는 것보다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책 읽기가 우리의 일상적 미션으로 주어집니다.
책의 심장! 책은 생명입니다.
인간의 삶을 새롭게 합니다.” 122쪽
“송뢰松籟!
소나무들의 합창 소리.
고향의 뒷산에 오르면
소나무들의 합창 소리가 우렁찼습니다.
책들이 임립林立한 책의 숲은
송뢰와 같은 웅장한 음악입니다.” 204쪽
“도쿄의 서점 크레용하우스의 화분엔
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습니다.
서점 외벽에 ‘전쟁을 중단하라’
‘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
‘사랑과 평화’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었습니다.”

“어린이 책과
여성의 책을
주제로 삼는 서점,
환경친화적인 장난감과
유기농 식품을 취급하는
크레용하우스의 용기입니다.
생명과 평화를 실천하는
창립자 오치아이 게이코의
철학입니다.” 216쪽, 217쪽
2014 도쿄
“1950년의 전쟁으로 이 강토의 사람들이
부산으로 피난을 갔습니다.
그 와중에 보수동 책방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동족상잔의 상처를 치유받았습니다.
책 읽기를 통해 절망을 넘어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을 것입니다.”

“피난 시절에 형성된
보수동 책방골목이야말로
이 민족공동체의 현대사를 장식하는
정신문화의 빛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오늘까지 변함없이 존재하는
보수동 책방골목은
우리 시대가 창출해낸
아름다운 문화유산입니다.” 227쪽
2013 부산
“천국은 도서관 같은 곳이라고
보르헤스는 말했지만,
서점이야말로 천국입니다.
언제나 열려 있어
온갖 영혼의 책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책을 위한 책의 공간입니다.
도서관보다 더 열려 있는 책의 숲,
지식과 지혜의 자유 공간입니다.
서점에는 없는 것이 없습니다.
동서고금의 현인들이 이야기해줍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를 묻고
대답해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거장들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돈 벌고 돈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온갖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읽어야 한다,
그런 생각은 안 된다는 법이 없습니다.
도그마가 없습니다. 우상도 없습니다.
자유로운 사유의 공간입니다.” 260쪽
2015 파리
“파리를 여행할 때면
나는 센 강변을 먼저 찾아갑니다.
루브르박물관과 노트르담성당 등
파리를 상징하는 문화유산들이 거기 즐비하지만,
나는 강변의 좌안에 늘어서 있는 고서점들을 갑니다.
드레퓌스사건 때 진실을 밝히는 지식인운동에
앞장선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나무가 있고 서점이 있는
센 강변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도 이곳에서 고서점을 열었습니다.
20세기 초 파리시 당국이 이 고서점들을
철거하려 하자 작가들과
연대하여 존치운동을 펼쳤습니다.
자신의 작품에서 애정 어린 필치로
고서상들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파리 시민들은 그렇게 책을 사랑하고
가난한 고서상들을 배려한
작가를 기려 그 한 구간을
‘아나톨 프랑스 강변’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나는 이들 고서점들을 둘러보고는
바로 이웃한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들어갑니다.” 322쪽
2015 안위크
2017 브뤼셀
2013 런던
2012 진주
2018 상하이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사진 /한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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