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올해 2월 취업자 증감을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전 연령을 통틀어 유일하게 20대만 고용률이 감소했다. 육아·가사·재학·심신장애 등의 사유가 없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그냥 쉰다’는 20대만 44만 4000명이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어서 문제인데 제대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청년들의 어깨에 지워진 짐은 무겁기만 하다. 국민연금 기금의 소진 시점은 2055년이라고 한다. 지금 20세이면 52세에 고갈된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전망을 발표하는데 경제 상황과 인구 구조에 따라 소진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국민연금 지급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2055년 소득에서 연금으로 내야 하는 돈은 26.1%나 된다.
그러니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는 건 사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요즘 애들’이 개인주의적이어서 결혼을 안 하고 이기적이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건 고사하고 데이트하는 것마저 사치스러운 일로 만든 건 바로 우리 사회다. 출산율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당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청년 문제는 교육·취업·결혼·출산·육아·연금 등으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고차방정식이다.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장기 계획으로 풀어가야 한다. 정부의 정책은 이런 점들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쉬는 청년’이 없도록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들을 많이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은 단순히 청년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민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시간 유연화와 관련한 사회적 논쟁도 신중하게 풀어가야 한다. 야근이 늘어나고 건강을 해치는, 더 일하고 싶지 않은 직장 문화를 만들 것이라는 청년들의 걱정은 퇴근길 ‘치맥’으로 달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이 셋 낳으면 군대 안 가게 해주겠다, 증여세도 깎아주마’ 하는 정책이 검토된다는 소식도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 청년들은 쾌재를 부르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까. 당장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같이 살 집을 마련하기 힘들고,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고, 아이가 자랄수록 늘어나는 사교육비(지난해 학생 수는 1% 줄었으나 사교육비 총액은 10.8% 증가했다) 때문에 가족 모두의 희생이 따른다. 일단 낳으면 애들은 알아서 큰다는 옛말은 돈 걱정 없는 집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국가는 청년들이 결혼하거나 독립할 수 있도록 주거를 지원하고 아이를 낳으면 육아를 도와주고 여성들이 원하지 않는 경력 단절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더 많이, 더 체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는 차에 국회 인구특위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사회 미래에 대한 일이기도 하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 청년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약속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청년을 위한 나라’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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