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이소연 "우주에서 본 가장 멋진 장면은 지구의 야경"

송광호 2023. 3. 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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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주비행 15주년 기념 에세이 '우주에서 기다릴게' 출간
"우주에서 3㎝ 컸다 다시 원위치"…우주인 이후 고민도 담아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 중 가장 감명받은 장면은 야경이다. 인공조명이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 넓은 지구의 어디에 사람이 많이 사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바라본 후 느낀 심경이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8년 4월, 그는 지구가 아닌 우주에 있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본 우리나라의 야경 [위즈덤하우스 제공. ⓒNASA. 재판매 및 DB금지]

최근 출간된 '우주에서 기다릴게'(위즈덤하우스)는 이 박사가 자신의 첫 우주비행 과정을 떠올리며 쓴 에세이다. 우주비행 준비부터 우주에서의 생활, 이후 미국 유학 생활과 정착 과정 등을 담았다.

시작은 선후배와의 대화에서였다. 우주인 모집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원이라도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어 지원했고, 이는 운 좋게도 합격으로 이어졌다. 우주로 나갈 준비훈련이 뒤따랐다. 그는 러시아에서 1년간 맹훈련에 들어갔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외국어 학습이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가려면 러시아어와 영어를 둘 다 할 줄 알아야 했다. 그중 생판 모르는 러시아어를 익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다에 불시착할 걸 대비해 받는 바다 생존 훈련을 포함해 각종 안전교육도 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힘겹기는 마찬가지였다.

우주 실험하는 이소연 [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어렵사리 준비과정을 마친 그는 2008년 4월 8일부터 같은 달 19일까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 18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우주 멀미'를 견디는 건 훨씬 더 힘들었다. 우주에서는 창문도 열 수 없으니 그 답답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멀미 증상에다가 심각한 두통을 참는 건 고역이었다.

그 와중에 무중력 상태에서 키가 커지는 경험은 이채로웠다. 그는 164㎝인데, 167㎝까지 3㎝나 자랐다고 한다. 부작용이라면 마치 고문받는 것처럼 신경과 근육이 늘어나 통증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그리고 지구로 돌아가면 키가 거짓말처럼 원위치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1밀리미터도 남지 않고 원래대로 돌아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었다. 그는 "해안에 도시가 많아 대륙의 윤곽이 잘 드러나는 것도 신기했고, 나일강을 따라 밝은 조명이 펼쳐진 아프리카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남한과 북한의 야경도 눈길을 끌었다고 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찍은 달 사진 [위즈덤하우스 제공. ⓒMaksim Surayev. 재판매 및 DB금지]

열흘 남짓한 우주에서의 경험은 멋졌다. 그러나 그 추억만으로 여생을 보낼 수는 없었다. 책에는 우주인 이후 진로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우주 비행을 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무얼 하면서 먹고 사는지 그는 찾아봤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었다.

"프랑스 최초 우주인은 장관이 되었고, 일본 최초 우주인은 산속에서 농사를 지었고, 베트남 최초 우주인은 어디 있는지 연락이 안 되고, 몽골 최초 우주인은 국방부 장관이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야 하는 거구나'였다."

그 후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미국으로 가 경영대학원(MBA)에서 공부했고, 그곳에서 결혼도 했다. 그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퇴사와 MBA 행을 두고 국내에서 '먹튀' 논란이 빚어지며 마음고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일도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MBA를 마친 후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도 조금씩 천천히 나아갔다. 전문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며 물리학을 가르쳤고, 우주를 다룬 국내 드라마의 자문 역할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생명과학을 다루는 국내 스타트업에서 한국과 미국에 오가며 일하고 있다.

이소연 씨 [위즈덤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4월이 다가오면 그는 어김없이 우주 비행의 추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비록 그때의 일들이 미성숙한 시절의 추억이었지만 말이다.

"그때의 나는 참 오만하다 못해 순진해 빠진 미성숙한 대학원생이었다. 결국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으로서의 자격도 내가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으로서의 삶을 다 채우고 세상을 떠났을 때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304쪽.

책 표지 이미지 [위즈덤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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