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마우스도 떠났다”… 쪼그라드는 메타버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3. 3. 2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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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 실밸 레이더]
메타, MS도 메타버스 대신 AI로 선회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개발 중인 VR 기기를 착용하고 있다. / 메타

월트디즈니가 최근 7000명 규모의 감원을 진행하면서 메타버스 전략부를 해체하고 소속 50여명을 해고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디즈니는 작년 2월부터 메타버스를 차세대 스토리텔링이자 핵심 소비자 경험으로 보고 메타버스 전략부서를 운영했다. 당시 밥 차펙 디즈니 CEO는 “메타버스는 차세대 스토리텔링의 개척지”라며 “고객들이 우리 이야기를 경험하고 참여하는 방법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디즈니 내부에서 메타버스 전략부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투자자들로부터 비필수 사업군을 대폭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자 디즈니는 해당 사업부를 해체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키마우스가 메타버스를 떠났다”며 “느린 메타버스 대중화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형식에 베팅한 테크 업체들을 좌절시켰다”고 했다.

작년 한해 테크 업계의 뜨거운 화두였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가 차갑게 식고 있다.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그동안 메타버스를 포함한 가상현실 개발에 적극적이던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테크 업체들은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메타버스를 떠난 이들은 대신 AI(인공지능)로 진격 중이다.

한 사용자가 VR 기기를 끼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메타

◇AI에 자리 내주는 메타버스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메타버스에 대규모 투자를 하던 메타는 최근 ‘메타버스 올인’ 전략을 수정했다. 2021년 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바꾼 메타는 그동안 메타버스를 연구하는 부서 리얼리티 랩스가 분기별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는데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메타는 이달 초 1만명 규모의 2차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면서 리얼리티 랩스 인력도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는 메타버스 대신 AI를 언급했다. 그는 “이제 AI가 메타의 단일 최대 투자 분야”라고 했다. 저커버그는 1년 전만 해도 각종 발표에서 수십차례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외쳤지만, 이번엔 단 2번만 언급했다. 반면 AI는 6번 불렀다. 인사이더는 “메타버스에 대한 마크 저커버그의 야망이 쪼그라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마찬가지다. MS는 올 1월 1만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진행하면서 VR(가상현실) 기기인 홀로렌즈 개발 프로젝트 담당 직원을 대규모 감원했다. 혼합현실 앱을 개발하는 툴킷 팀은 해체됐고, 2017년 인수한 VR 플랫폼인 알트스페이스VR 서비스도 종료했다. MS도 메타버스 대신 AI에 집중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 바이트댄스 산하 가상현실 업체 피코도 지난 2월 2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중국의 텐센트도 ‘확장현실(XR) 사업팀’을 대상으로 인원 조정을 진행 중이다.

1년 전만 해도 너도나도 메타버스 개발에 뛰어들던 업체들이 발을 빼는 이유는 관련 시장이 기대만큼 확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많은 사용자들은 VR(가상현실) 기기를 끼고 접속하는 메타버스 경험에 낯설어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전 세계 VR 기기 판매량은 전년보다 12% 감소한 960만대에 그쳤다. 수요가 크지 않은 것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이 구글에서 메타버스를 검색한 빈도를 점수화하면 2022년 4월엔 100점이었지만 점차 추락해 올 3월 현재엔 37점에 불과하다. 대신 AI는 같은 기간 38점에서 100점으로 상승했다. 메타버스와 AI가 완전히 위치가 뒤바뀐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10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해왔지만 경기 침체에 접어들자 해당 투자를 줄이고 당장 효과를 볼 수 있는 AI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게임 중심으로 생존하는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대한 시장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는 지난 16일 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2027년까지 연간 520억달러(67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여러 시장조사기관들이 메타버스 시장이 연평균 40%씩 성장해 2027년엔 수천억달러, 2030년엔 1조달러 규모가 될 것이라고 본 작년 예상과는 다르다.

테크 업계에선 당분간 메타버스는 게임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천천히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닐 발보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비디오 게임이 전체 메타버스 시장 매출의 41%를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대회(GDC)에서는 수많은 게임 업체들이 VR과 AR을 활용한 게임을 선보였다. 게임엔진 업체 유니티의 마크 위튼 시니어부사장은 “얼마 전까지 모두가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느 순간 그 열정이 사라진 느낌”이라며 “하지만 가상현실 관련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첫 MR(혼합 현실)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도 단기간 가상현실 시장의 확대를 기대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MR 기기가 단기간 흥행하기보다는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처럼 장기간 서서히 시장에 침투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테크 업계에선 메타버스가 성장하려면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가 VR 기기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5년 이후가 메타버스 시장 확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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