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이 거듭 전광훈 띄우는 이유[여의도 앨리스]

문광호·이두리 기자 2023. 3. 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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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측이 주최한 광화문 3·1절 국민대회에 참석했다. 유튜브 ‘건국TV’ 갈무리

“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의원이 여기 등장했다. 우리의 희망이다.”(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최고위원이 되면 고향 선배인 전광훈 목사님을 잘 모시고 함께 가겠다.”(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난 1일 전 목사는 본인이 주도한 광화문 3·1절 국민대회 집회에서 김 최고위원과 이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후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 주최 예배에서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한데 이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보수단체 강연에서는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연대에는 고향 선후배 관계나 종교적 신뢰를 넘어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의 연대는 광화문 3·1절 집회부터 본격화됐다. 당초 전 목사의 ‘픽’은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였으나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컷오프(탈락)됐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집회에 참석하며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전 목사는 당시 집회에서 “대한민국의 촛대와 주도권은 광화문에 와 있다. (국민의힘이) 협력하면 뭐든지 다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오늘 기적이 일어났다. 천지개벽할 일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의원이 여기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김 최고위원도 “최고위원이 되면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고 국민의힘이 함께 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고향 선배이신 존경하는 전광훈 목사님 제가 잘 모시고 함께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 최고위원과 전 목사는 경북 의성 출신 동향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8일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17.55%의 득표율로 수석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전 목사는 전당대회 다음날 한 유튜브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의 당선은) 3·1절 광화문에 와서 연설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이번에 1등으로 당선된 것은 연설 중 ‘고향 어르신 전광훈 목사님을 잘 모시고’라고 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도 지난 12일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해 “제가 최고위(원회의)에 가서 보고를 하고, 목사님이 원하시는 걸 관철시키겠다”고 화답했다.

13일 유튜브채널 ‘너알아TV’,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2023.03.12.’ 영상 갈무리

전 목사의 행보는 제도 정치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전 목사와 알고 지내는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 목사는 처세에 밝은 사람이고 정치에 욕심이 많다”며 “그래서 전 목사 쪽에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에도 기독자유통일당 창당 등에 관여하며 지원했지만 1.83% 득표로 3%에 미달하며 원내 진입 실패했다. 이번 전당대회 직전에는 ‘국민의힘 점령운동’의 일환으로 전 목사측 사람들을 대거 당원으로 가입시켰다. 여기에 당내 친윤계의 주도로 전당대회 투표 방식이 당원투표 100%로 바뀌면서 전 목사의 영향력 확대가 더 용이해졌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를 꽤 든든한 정치적 ‘빽’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전 목사의 국민의힘에 대한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유튜브 ‘신의한수’에 출연해 “전 목사가 아스팔트 우파를 통일한 그 폭발력을 가지고 총선으로 가면 전 목사가 말했듯 우리가 200석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TK 국민의힘 의원도 김 최고위원의 행보에 대해 “전 목사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 보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목사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 목사는 지난 8일 예배에서는 “지나간 뒷이야기를 하자면 김 대표가 ‘목사님 말씀 잘 듣겠습니다’라고 몇 번 전화가 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에도 “김기현 장로를 우리가 이번에 밀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경선 막판 황교안 전 대표와 갈라서며 김 대표를 간접 지원하는 모양새를 만들기도 했다. 황 전 대표는 김 대표의 울산 땅 투기 의혹 등 제기에 앞장섰으나 막판 전 목사의 공천 관련 뇌물 의혹 제기로 시달렸다.

김 대표는 전 목사와의 관계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 발언과 관련해서도 “별로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총선 직전 전 목사와 장외투쟁을 함께 했던 황 전 대표는 선거에서 참패했다. 황 전 대표는 전날 CBS에 출연해 “거기(전 목사) 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저는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지금 굉장히 엄중한 상황인데 행보도 잘해야 된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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