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G와 건설업계, 아직은 어색한 동행

백윤미 기자 2023. 3.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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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건자재, 레미콘, 시멘트 등 건설업계 전반에서 ESG는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제도가 인식에 앞서 바뀌면서 현장에서는 ESG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닥쳤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고 있는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은 앞으로 ESG를 외면한다면 자신들의 설 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아도 투자를 단행하고, CEO들이 매년 새해 비전으로 ESG를 언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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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우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하고 싶어서 하겠어요? 정부에서 안 하면 못살게 구니까 하는 거지. 윗분들도 직원들도 신사업은 벌여놓고 여전히 ESG가 뭔지 몰라요. 하하” (건설업계 관계자 A씨)

건설사, 건자재, 레미콘, 시멘트 등 건설업계 전반에서 ESG는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업종을 막론하고 건설업계 신사업을 살펴보면 십중팔구 ESG와 연관돼있다. 이 배경에는 ESG가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정부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추세가 있다.

하지만 근간으로 돌아가 보면 건설업만큼 친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산업도 없다. 일단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시멘트부터 제조할 때 킬른에서 나오는 연소 배기가스가 유해 물질을 배출한다.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는 곳에는 소음·분진 등 환경오염 문제가 항상 따라다닌다. 건물을 짓는 건설사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역시 말해 입 아플 정도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는 정부의 온실가스 목표관리 업체로 지정돼있다. ‘탄소중립 기본법’에 따라 매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배출량을 관리해야 한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시멘트는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6.1%)이 철강(17.2%), 석유화학(8.5%)에 비해 세 번째로 높은 업종이다.

이런 사업모델로 수십 년간 이익을 취해 온 건설업계에서 최근 몇 년간의 트렌드 변화는 당혹스러울 만큼 빠르다고 느껴질 테다. 하지만 제도가 인식에 앞서 바뀌면서 현장에서는 ESG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닥쳤다. 마음으로 ESG를 이해해서라기보다는 그저 해야만 하니까, 살아남기 위해서 ESG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는 게 업계 다수 관계자의 여론이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하고 있는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은 앞으로 ESG를 외면한다면 자신들의 설 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장은 이익이 나지 않아도 투자를 단행하고, CEO들이 매년 새해 비전으로 ESG를 언급하는 것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최근 “미국, EU 등이 ESG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도 변화에 적응하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건설업에서 ESG의 확립이라는 성숙한 결론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시작이 울며 겨자 먹기이고, 하던 일과는 성격이 정반대여서 어색하고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럴수록 멀리 가려면 동행을 우직하게 지속해 나가야 한다. 시간이 둘의 접점을 늘려줄 것이다. 또 다른 이해관계자인 정부 당국은 건설사의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규제만 하기보다는 상생을 위한 관용도 베풀어야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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