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편리함, 디지털 기술 총아 무선(無線) 기술
이 같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선을 없애면 된다. 오늘날 IT 기기 사용자가 누리는, 선을 넘는 자유와 편리함은 무선(無線) 기술 덕분에 가능해졌다. 가령 전원 선의 구애를 덜 받는 노트북의 등장은 배터리 기술 발전에 힘입었다. 와이파이(Wi-Fi)의 등장으로 랜선 없이도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졌다. 키보드, 마우스를 컴퓨터 본체에 연결해주던 너저분한 USB 케이블을 없앤 블루투스도 있다. '미라캐스트' 기술은 케이블 없이 기기 간 영상 전송을 손쉽게 해줬다. 온습도 센서, 조명 등 소형 디지털기기를 연결할 때 쓰는 '지그비'도 무선 기술의 총아다.
배터리부터 지그비까지
배터리와 와이파이 기술은 2000년대 들어 IT 기기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블루투스는 2010년대부터 범용화됐다. 시곗바늘을 10년 전으로 돌려보자. 지하철이나 버스, 길거리에서 너저분한 이어폰 선을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이제는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에 연결한 이어셋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스마트폰부터 귀까지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도 무선 기술의 편리함을 몸소 체험하는 셈이다.오늘날 무선 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는 기기는 의외로 로봇청소기다. 우선 노트북에 선도적으로 적용된 배터리가 내장돼 선 없이 작동한다. 와이파이 기반 통신망으로 제어되는 로봇 청소기는 인공지능(AI)을 통해 청소해야 할 곳을 파악한다. 로봇청소기가 스스로 배터리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충전기로 이동하는 데는 지그비 기술이 적용됐다. 초기 모델에 비해 최근 로봇청소기는 장애물을 피해 자연스레 이동한다는 호평을 받는데, 라이다(LiDAR: 레이저 화상 검출 및 거리 측정) 기술의 발전 덕이다. 이들 기술의 공통점은 제각기 분야에 특화된 무선 기반의 기술이라는 점이다.
무선 기술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포착한 대표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이 독자 개발한 무선 기술인 '에어플레이'를 통해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무선으로 공유할 수 있다. '맥' 컴퓨터,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TV, 애플 스피커 등 기기를 상호 연결해 스트리밍하는 데 특화됐다. 한마디로 애플이 출시한 모든 IT 기기를 무선 네트워크로 묶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IT 기기들이 에어플레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연동돼 있어 번거롭게 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다.
‘편리함' 충족하는 무선 기술
그런 점에서 지금도 무선 기술이 계속 진화한다는 것은 희소식이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전원 케이블 없이 각종 전자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무선 충전 기술이다. 애플워치, 이어셋, 스마트폰 같은 소형기기부터 전기차까지 무선 충전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다. 자기유도방식, 자기공진방식, 전자기파방식 등 다양한 무선 충전 기술이 개발돼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일견 무선 기술은 IT 장치 본연의 성능과는 그리 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무선 기술은 자유로운 디지털 생활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디바이스 본연의 목적인 편리함에 그 어느 기술보다 부합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같은 통신 장비는 물론, 가전기기까지 무선 통신망으로 한데 역이는 대(大)무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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