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 후광’ 사라지니, 김기현이 안 보인다?

박성의 기자 2023. 3. 2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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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교과서 왜곡 논란 등에 金 ‘민생 행보’ 가려져
‘김기현 위기론’에 與 일각 “이러다 비대위 갈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심차게 닻을 올린 김기현호(號)가 출항과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정체된 가운데 '일본 왜곡 교과서 논란' '김재원 실언 논란' 후폭풍이 연이어 불어 닥치면서다. 김기현 대표가 '민생'을 앞세워 여론 반전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을 돌리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지난 8일 취임 이후 민생에 가장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지난 27일 김 대표 체제의 첫 당내 특별위원회인 '민생희망특별위원회'(가칭)가 출범했다. 당내외 인사들과 힘을 합쳐 민생과 직결되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다음 날(28일)에도 김 대표는 '민생 행보'를 이어갔다. 김 대표는 경희대 학생식당을 찾아 '1000원의 아침밥' 현황을 확인하고 청년층의 고민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김 대표는 학생들과 함께 줄을 서서 오전 8시부터 발권되는 1000원 조식권을 구매한 뒤 소고기미역국과 쌀밥, 장조림, 어묵볶음, 무생채를 배식받아 학생들과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

김 대표는 "젊은이들이 식사하는 문제만큼은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으로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얘기를 들어보려고 왔다. 줄을 많이 선다는 데 굉장히 인기가 높다는 걸 와서 실감했다"며 "절식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제 범위도 넓히고 지원 단가도 올리고, 학교 부담을 줄이려면 아무래도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야심차게 '민생 행보'에 시동을 걸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판단에 정치‧시민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김재원 최고위원의 실언 논란과 일본 정부의 왜곡 교과서 논란까지 겹치자, 상대적으로 김 대표의 행보는 주목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실제 대중의 검색 빈도를 확인할 수 있는 '구글 트렌드'(최대 100)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21~27일)간 '김기현'이란 검색어는 '윤석열', '한동훈', '이재명' 등 주요 정치인에 한참 밀린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일례로 김 대표가 민생 행보에 나선 28일(오후 12시 기준)에도 '김기현'(9)은 '윤석열'(64), '이재명'(46), '한동훈'(38)과 비교해 훨씬 적은 검색량을 기록했다. 이는 원외로 밀린 '이준석'(6)과 비슷한 수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문화관 학생식당에서 '1천원 아침밥'을 배식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 "위기 시기상조" vs 비윤 "이미 위기 도래"

친윤석열계와 김 대표 측은 '리더십 위기'에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기현 지도부가 이제 막 골격을 갖추기 시작한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김 대표의 당내외 '체급'도 더 커질 것이란 주장이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장은 김 대표가 활약할 공간도, 계기도 없는 상황"이라며 "총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당장 김 대표의 행보를 평가하는 건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비윤석열계 일각에선 김 대표가 당 지지율을 빠르게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당권을 조기에 내려놓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제기된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발판 삼아 당권을 잡은 김 대표가 '개인기'로 위기를 타개하지 못할 시 '친윤 일색' 지도부의 인적 쇄신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원투표 100%'라는 것이 민심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 이번 전당대회 과정을 거쳐 확인이 됐다"며 "지금 지도부로 과연 총선 승리를 할 수 있을지 굉장히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도 확장과 총선 승리를 위해 "인적쇄신이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며 지도부 쇄신 필요성도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SNS에 김기현 지도부 상황을 야구에 빗대며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의 청년 세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냥 빨리 비가 와서 '노게임'되는 정도만 기대하자. 노게임 후에 심기일전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웃카운트 하나도 못 잡은 1회 말에 구원투수 올리자는 팀은 그냥 애초에 라인업을 잘못 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부에선 현재 (김기현) 지도부가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문책하고 비대위 체제로 가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동훈·원희룡 카드로 국면전환을 꾀하려 할 것인데 (지지율 반등의)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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