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이나 했던 물가, 다시 꿈틀…분수령은 전기·가스요금?

허인회 기자 2023. 3. 2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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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도 인상 움직임 재개
2분기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4%대 물가 재반등?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서울 명동 시내의 한 음식점 메뉴 가격표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4.8%)이 10개월 만에 4%대로 내려갔지만 진정 국면으로 좀처럼 들어서지 못하는 모습이다. 먹거리 물가가 예년보다 10% 이상 뛰며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주류·식품 업계를 대상으로 인상 자제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설상가상 오는 31일 전기·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가계는 물론 자영업자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식·가공식품의 물가가 무서운 기세로 치솟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체감하는 외식물가 상승은 치킨 가격이다. 내달 3일부터 교촌치킨은 일부 메뉴를 최대 3000원 인상하기로 했다. 보통 3000~5000원인 배달료를 포함하면 치킨 한 마리에 '3만원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햄버거 업계는 2년 연속 가격 인상에 나섰다. 버거킹은 지난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다. 지난달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5.1% 각각 올렸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7월을 전후해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1년이 채 지나기 전에 다시 가격을 올린 셈이다.

가파른 외식물가 상승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15.45로 지난해 동월보다 7.5% 올랐다. 지난해 9월 9.0%로 30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전체 물가 상승률(4.8%)을 크게 웃돌았다. 외식물가 상승은 식당에서 파는 소주(11.2%), 라면(10.7%), 피자(10.7%) 등이 주도했다.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 등 가공식품 가격 역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롯데제과는 만두 등 일부 냉동제품 가격을 5∼11% 올렸고,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도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20% 올렸다. 생수 가격도 두 자릿수 인상이 단행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편의점에서 파는 아이시스 8.0 상품 가격을 15% 가량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생수를 포함해 커피, 주스 등 10개 브랜드의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4.0% 인상한 바 있다. 제주개발공사도 지난 1일 삼다수 출고가격을 9.8% 올렸다.

잇따른 인상으로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해 10.4%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은 치즈(34.9%), 식용유(28.9%), 밀가루(22.3%) 등이 이끌었다.

외식·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정부의 물가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주류 및 식품 업계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인상을 검토했지만 정부가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러는 사이 외식물가는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인상 자제 압박이 거세지만 원자재 상승이 워낙 가파른 터라 마냥 감내할 수 없다"며 "일부 업계만 억누른다고 잡히는 게 물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와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하반기로 갈수록 인상 부담 커져…그나마 2분기가 낫다?

설상가상 오는 31일 2분기 전기·가스요금이 발표될 예정이라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전력은 1분기 ㎾h(킬로와트시)당 13.1원 인상한 전기요금을 2분기에도 비슷한 폭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적자 폭 축소를 위해 연내 총 51.6원을 인상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더구나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여름철을 고려하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분기 동결된 가스요금도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스요금이 '난방비 폭탄' 사태에 중심에 서 있었던 터라 정부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 에너지당국인 산업부는 한전, 가스공사의 적자 해소를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물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부처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인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무책임한 포퓰리즘 선동 소재로 삼고 정부를 공격하고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인상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하반기로 갈수록 인상에 따른 부담이 더 커질 상황이라 전기·가스요금이 2분기 동반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물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품목별 물가 상승률에서 공공요금인 전기·가스·수도(28.4%)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상이 단행된다면 10개월 만에 4%대로 떨어졌던 전체 물가 상승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 부담은 물론 자영업자들이 공공요금 인상을 내세워 가격을 올릴 경우 꺾이고 있던 물가의 재반등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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