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언론의 글로리(Glory)를 찾기 위한 과제

박성순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2023. 3.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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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순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갓난 아기 때 말을 하지 못해도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려고 칭얼거리는 모습이나, 커서 자아를 갖게 되면 본인의 주장이 강해지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간의 본성으로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이 생겼고,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해 언론이 탄생했다.

언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개인이 말이나 글로 자기의 생각을 나타내는 것을 말하며,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알리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포함된다"라고 돼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해 언론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런 중요한 언론이 사회 변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기존 언론의 역할이 변하면서 가짜 뉴스 문제 등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됐다.

표현의 자유는 사회가 안정될수록 강력히 발현된다. 사회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위기 극복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발전적이고 안정된 사회가 될수록 자아실현의 목소리가 사회에 표출된다. 대표적인 예가 페미니즘일 수 있다. 사회 발전을 위해 희생했던 여성이 더 이상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가 아니라 본인 스스로를 찾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극단적 주장을 반복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아를 찾아가는 형태로 페미니즘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사회 발전은 구성원이 알아야 하는 복잡한 형태의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나 개인의 삶을 살아야 하는 구성원은 모든 것을 챙겨 볼 여유가 없다. 이때 사회 구성원이 알아야 하는 여러 사안을 언론이 전달해 줘야 한다는 것이 알 권리의 핵심이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 실현과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이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역할 수행을 위해 언론의 자유라는 개념까지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런 권리는 누가 언론에게 준 것일까? 언론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언론 스스로가 특권을 갖기 위해 자처했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을 전달하는 전문가 집단이 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자유' 등 개념은 누가 부여했냐의 여부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이런 중요한 사회적 권리가 잘 실현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 핵심이다. 언론에게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한 언론 자유를 주는 것은 당연히 특권이다. 그러나 이것이 언론이 사회적 비판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언론은 전통적으로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일반 시민들의 정치적 관심에서 시작됐던 신문이, 광고를 더 받기 위한 페니 프레스(penny press)로 전락했고, 황색신문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클릭 수에 연연하여 부정확한 기사를 양산하는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결국 언론은 스스로를 전문직이라고 했고, 스스로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언론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것들은 책임이 따르게 되고 이에 대한 비판은 오롯이 언론이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자본의 독립이 어렵다면 언론의 윤리적 영역을 강화해야 한다. 언론이 모두 동일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론의 목소리가 하나라면 건강하지 못한 사회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제대로 된 언론은 사실에 대한 해석, 견해를 달리할 수는 있어도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는다. 언론은 항상 위기에 직면했지만 윤리로서 이를 극복했다. 객관보도가 언론인의 보도행위를 언론자유의 우산 아래에 정초 시키는 직업적 행위 양식이라면, 언론의 질은 그러한 보도행위가 윤리적 정당성을 가졌음을 보증하는 기준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 윤리는 언론인의 보도행위가 직업적 행위 양식이라고 판정받을 수 있는 근거이다.

언론이 위기인 상황에서도 대중은 여전히 언론의 산물인 뉴스를 꾸준히 소비한다. 오히려 과거 어느 때보다 뉴스는 더 많이 소비된다. 뉴스가 더 이상 소비될 여지가 없는 것이라면 모를까 여전히 중요한 사회적 콘텐츠라면 그것의 뿌리부터 성찰하는 노력과 계기가 절실히 요구된다. 언론 윤리 문제를 언론의 질적 제고를 위해 풀어야 할 하나의 문제로 상정하고 대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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