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튤립

김재근 선임기자 2023. 3.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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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살펴보면 꽃이 투기의 대상이 된 사례가 두 차례 있다.

하나는 모란으로 중국 8세기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 백거이가 살았던 시대이고, 다른 하나는 튤립으로 17세기 네덜란드가 호경기를 누리던 시기에 일어났다.

튤립 투기는 네덜란드에 돈이 넘쳐나던 시기에 일어났다.

터키 원산지의 튤립은 유럽에 전파돼 서양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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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세계사를 살펴보면 꽃이 투기의 대상이 된 사례가 두 차례 있다. 하나는 모란으로 중국 8세기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 백거이가 살았던 시대이고, 다른 하나는 튤립으로 17세기 네덜란드가 호경기를 누리던 시기에 일어났다. 동서양에서 900여년의 시차를 두고 모란과 튤립이 투기 광풍에 휘말렸다.

일본의 동양사학자 이시다 미키노스케에 따르면 당나라 전성기 황제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모란을 가꾸고 즐겼다. 황제가 신하에게 상으로 모란을 내렸고, 부호들은 수십, 수천 전(錢)을 들여 꽃을 사다 심었다. 모란 사재기 때문에 장안의 10만 가구가 파산했다고 한다. 당나라의 몰락을 재촉한 사치 풍조의 하나로 지목될 정도이다.

튤립 투기는 네덜란드에 돈이 넘쳐나던 시기에 일어났다. 네덜란드는 17세기 세계 해상무역을 장악했고, 곳곳에 은행과 증권거래소가 들어서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돈이 넘쳐나자 터키에서 들어온 '신비의 꽃' 튤립에 주목하여 너도나도 튤립을 사들였다. 가장 비싼 품종은 한 포기에 2,500길더였는데 당시 소 한 마리가 120길더였다고 한다. 튤립 투기는 3개월만에 파탄이 났다. 소비자들이 턱없이 비싸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외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저런 사연과 역사를 가진 튤립은 자못 매력적인 꽃이다. 흰색과 노랑, 빨강, 자주색 꽃의 색깔도 곱고, 자태도 매우 우아하다. 터키 원산지의 튤립은 유럽에 전파돼 서양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네덜란드 리세의 쾨겐호프에서는 매년 대규모 튤립축제를 열어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우리나라에서도 튤립축제가 열린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내달 12일부터 5월 7일까지 세계튤립꽃박람회를 열린다. 올해가 12회째니 꽤 연륜도 쌓였다. 튤립박람회가 열리는 안면도 일원은 소나무와 해수욕장도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

농업 강소국인 네덜란드는 온갖 꽃의 품종을 개량하고 재배와 유통에 힘써 세계 꽃 시장을 장악했다. 튤립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튤립의 원산지가 터키이지만 영리한 자본주의 방식으로 돈을 버는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우리도 '꽃 관광'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수한 품종의 꽃을 개발, 생산, 유통하여 화훼강국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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