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너무 중요하다[오늘을 생각한다]

2023. 3.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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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제6차 종합보고서를 발간했다. 세계 주요국들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의 근거와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보고서이다. 탄소중립 달성에 의지가 있는 국가라면, IPCC의 제시를 기반으로 국가 최고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인 21일 공개된 우리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놀랍도록 자의적이다.

먼저 이번 기본계획이 제시한 목표는 뻔뻔하고 게으르다. IPCC 보고서가 제시하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 전략은 2030년까지 가파르게 줄여가다 30년 이후 완만한 추세로 전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과학은 줄이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적어도 2040년까지는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적합하고 효과적인 저비용 수단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충분히 감축 속도를 낼 수 있다. 이후로는 도저히 감축하기 어려운 부문에 대해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그래프의 추세가 자연스럽게 꺾인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제시한 연도별 감축 전략은 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기술과 과학, 여건을 핑계로 아주 천천히 저감을 하다가 2029~2030년 급격한 감축을 이루는 계획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이번 정부에 면죄부를 준 것이다. 기업들의 배출 비중인 산업 부분은 그 감축 목표를 당초보다 축소하기까지 했다.

또한 IPCC 보고서는 효과적인 제도 구축을 위해 기후행동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형성 및 조정의 과정을 강조한다. 또 이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는 기업, 청년, 여성, 노동자, 미디어, 토착민, 지역주민 등으로 이들의 지원과 참여가 있을 때 기후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법정시한을 나흘 앞두고서야 게릴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법정시한을 1~2주 넘기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두겠다고 했는데, 1~2주 안에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를 형성하고 조정에까지 이를 수 있을까?

다음 IPCC 보고서는 발간 주기상 2030년에야 나온다. 그래서인지 이번 보고서는 사뭇 비장하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에너지, 산업과 교통, 도시와 인프라, 토지 해양 식품 물, 건강 및 영향, 사회 경제, 거버넌스, 국가정책, 금융, 기술, 국제협력 등 모든 부문 및 시스템을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부문별 전환 수단까지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희망의 경로인 셈이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우리나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첫 단추다. 하지만 이 중차대한 첫 순간부터 우리는 과학적 목표에 기반을 둔 경로가 아닌 무책임과 방임의 가시밭길로 들어섰다. IPCC는 앞으로의 10년이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 기회의 창은 이미 빠르게 좁아지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부디 정부가 이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 지금이라도 첫 단추를 다시 여미고 역사적 책임을 다하기를 촉구한다.

지현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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