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지 ‘무병장수 염원’ 우표에 쏙[우정이야기]

2023. 3. 2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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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은 해, 산, 돌, 물,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 불로장생을 뜻하는 10가지 자연물을 말한다. 왜 굳이 자연물 10개를 모아 ‘십장생’이라 이름 붙였을까.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십장생도를 디자인화한 병풍 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동양에서 십(十)이라는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십이란 숫자는 모든 수를 갖추는 기본으로 여겨졌다. ‘十’을 구성하는 2개의 선, ‘一’은 동서를 나타내고, ‘ㅣ’은 남북을 나타냈다. 결국 ‘十’이라는 숫자는 세계의 중심이자 사방이 완전히 갖춰진 상태, 즉 완전함을 나타내는 상징인 셈이다.

그런데 왜 해와 산, 돌, 물,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이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자연물로 꼽히게 됐을까. 언급된 10가지 자연물은 영원하거나 완전함을 상징한다. 여기에는 미신적인 요소도 다분히 들어 있다.

해(日)는 세상 만물 그 자체로 여겨진다. 산(山)은 생명의 근원이자, 신성한 존재를 품는 자연물이다. 구름(雲)은 만물을 자라게 하는 비의 근원이고, 물(水)은 생명의 근원이다.

사계절 내내 푸름을 유지하는 소나무(松)는 예부터 장수의 상징이다. 사시사철 잎을 물들이는 다른 나무들과 달리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시들지 않고 살아남아 영원히 변찮는 존재로 여겨졌다. 바위(岩) 역시 모진 비바람에도 형태를 잃지 않고 제자리를 지킨다 해서 십장생 중 하나로 꼽혔다.

동물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숨을 거두지만 유독 사슴(鹿)은 옛사람들에게 불멸의 신성한 생명체로 각인돼왔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에서 등장하는 ‘죽음과 생명의 신’의 모습이 사슴의 형체를 한 이유도 이 같은 동양의 정서가 공유된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전설 속 봉황 다음으로 이름 높은 새인 학(鶴)이 십장생에 포함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학은 특히 장수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십장생도에서 사슴이 물고 있는 불로초(不老草)와 긴 수명을 갖고 있는 거북(龜) 역시 십장생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이 같은 ‘십장생도 병풍’을 소재로 한 기념우표 112만 장을 오는 3월 30일 발행한다. 무병장수의 염원을 화려한 그림으로 표현한 ‘십장생도’는 정초에 왕이 중신들에게 새해 선물로 하사했다는 문헌 기록이 있다. 궁중 행사에도 두루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념우표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작품을 디자인화했다. 조선시대 궁중 장식화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이 소장품은 세상에 공개된 이후 큰 찬사를 받았다.

녹색으로 빛나는 산수 사이로 소나무의 붉은 줄기가 힘 있게 뻗어 오르고, 산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올라 있는 모습이 보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록으로 빛나는 바위 사이로 폭포가 쏟아진다. 소나무 아래에는 불로초인 영지버섯이 자라는 모습도 눈에 띈다. 거북은 신령한 기운을 토해내고 있으며, 가득 열린 복숭아는 이곳이 신선 세계임을 암시한다. 해당 작품은 높은 완성도 때문에 궁중의 그림 업무를 전담했던 ‘도화서’ 화원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념우표는 가까운 우체국을 방문하거나 인터넷우체국(www.epost.go.kr)에서 구매할 수 있다.

류인하 경제부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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